21세기 시민정치의 시대를 열자
21세기 시민정치의 시대를 열자
  • 승인 2013.01.0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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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태 일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013년 예산안이 해를 넘겨 처리됐다. 이번 예산안을 보면 놀랍다. 복지예산 때문이다. 342조 규모의 올해 예산 가운데 복지예산은 100조에 이른다.

0∼5세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예산 등이 포함된 것이다. 이것이 ‘보편적 복지 시대로 접어드는 신호’라는 해석도 있다.

감회가 새롭다. 몇 년 전을 돌이켜 보자. 보편적 복지라는 말은 이데올로기적 금기어였다. 그것은 진보파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어떤가? 보편적 복지는 보수, 진보파 모두의 공동선으로 불린다. 박근혜 정부는 보수정부이지만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복지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이런 성과를 이룬 힘은 어디로부터 나왔나? 시민이다. 그것은 2008년 촛불집회에서 시작되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엄마, 퇴근길에 가족과 손을 잡고 참여한 화이트칼라, 노인, 대학생, 청소년,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 등 각계각층 남녀노소 시민들이 한 목소리로 외친 것은 ‘삶의 질’을 개선하자는 것이었다.

시민들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 교육, 일자리, 주거, 노후, 건강 등 그때까지 개별 가정과 개인의 책임이라고 여겼던 일들을 공론의 장으로 끌고 나왔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사회와 국가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후에 이 일은 큰 흐름이 되었다. 지방선거,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 선거 때마다 중심의제로 떠올랐다. 많은 시민들이 이런 문제에 무관심하고 무능한 기존정치의 불임성에 분노하여 새로운 정치를 호명하기 시작했다. 보수든 진보든 기성 정당에 대한 충성의 이반 현상이 간단치 않은 흐름을 형성하였다. 우리가 ‘안철수 현상’이라고 부르는 흐름이 바로 이것이다. 안철수 현상을 만든 시민들의 힘은 2012년 선거에서 보수 세력을 변화시켰고 진보세력을 쇄신시켰다.

보수, 진보세력은 모두 작년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역사적 진전이라고 부를만한 의미 있는 약속들을 시민들에게 하였다.

그래서 나는 2008년 촛불집회와 2012년 안철수 현상을 만든 시민들의 힘을 ‘21세기 시민정치’라 부르고 싶다. 시민의 힘이 이룬 역사적 성과다. 1960년 4월 혁명, 1987년 6월 항쟁이 ‘20세기 시민정치’라면 2008년 촛불집회, 2012년 안철수 현상은 21세기 시민정치의 표상이다.

20세기 시민정치는 권위주의 세력을 타파하고 민주주의의 절차적 기초와 거시적 틀을 만드는 것이었다면 21세기 시민정치는 민주주의를 한 단계 심화시켜 미시적 삶의 질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20세기 시민정치는 길거리에서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억압적 국가권력과 맞섰던 바리케이드의 정치였다면 21세기 시민정치는 의사당 발코니에서 이루어지는 대의민주주의를 개혁하려고 한 발코니의 정치다.

20세기의 시민정치는 권위주의를 향해 돌멩이를 날린 투석(投石)의 정치였다면 21세기 시민정치는 무책임한 기성정치를 향해 ‘종이 돌멩이(paper stone)’를 날린 투표(投票)의 정치다.

21세기 시민정치가 이룬 성과는 지대하다. 박근혜 당선인도, 문재인 전후보도 새로운 정치를 약속하였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민생 문제해결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와 같은 시민정치가 이룬 성과에 대해 ‘미완의 혁명’이라는 말로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시민정치의 이상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분명하다. 올 한 해도 쉬지 않고 시민이 자기 운명의 주인으로서 세상을 바꾸는 일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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