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 타고 감성 흔들다
선선한 바람 타고 감성 흔들다
  • 황인옥
  • 승인 2014.05.2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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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국악공연을 보고 와서…
로사가야금앙상블 연주회
단원들 쌓은 기량 관객에 발표
국악·클래식 넘나드는 무대
보림사 정기음악회
국악가수 권미희·대금 이수준
세월호 희생자 달래는 무대
“밤이 아름다운 5월 저녁에 야외에서 국악을 듣는 기분은 황홀했다”. “시골의 한적한 사찰에서 듣는 대금연주와 찬불가는 불교신자가 아니어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지난 23일과 24일 열린 ‘제17회 로사가야금앙상블 정기연주회’와 경북 성주군 용암면 계상리에 있는 장애인을 위해 건립한 최초의 사찰인 보림사에서 열린 ‘그리움’이라는 부제의 음악회를 관람한 관객들의 감상평은 하나 같이 호평일색이었다.

가장 자연의 소리에 가깝다는 국악을 바람과 나무와 풀벌레가 함께 하는 자연 속에서 듣는 행복감이 이들의 감성의 현을 섬세하게 터치한 듯 했다. 이들 두 음악회는 모두 국악 선율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음악회로 열려 희생자를 추모하고 시민들의 슬픔을 치유하는 뜻 깊은 자리로 마련됐다.

◇로사가야금앙상블 정기연주회

세미나, 자료수집, 공연 등의 역할분담으로 오케스트라 형식으로 연주하는 로사가야금앙상블은 정미화 대표를 중심으로 가야금 전공자들과 재학생들로 구성된 팀이다. 1999년 8월 창단 이후 일본, 대만, 캄보디아, 중국 등 세계 각지를 돌며 가야금 연주의 매력을 전하고 있다.

이들이 지난 23일 저녁에 17회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이번 무대는 단원들의 기량을 발표하고 관객들과 함께 나누는 무대로, 앞산 자락 소나무 숲으로 둘러쌓인 대덕문화전당의 특별한 연주장인 야외공연장에서 ‘비밀의 화원’이라는 부제로 진행됐다.

12현 전통가야금이 묵직한 매력의 음색을 자랑한다면 이날은 사람의 감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튕기며 심금을 울리는 24현 가야금의 간드러지는 소리로 만났다.

이날 비밀의 화원의 문을 연 열쇠 역시 24현 가야금 오케스트라의 선율. 윤지윤 이경민 김은별 류연주 배지현 김윤정 김효진 김현지 나승은 유신아 김규은 정영신 정혜진 고나연 임정아 윤지윤 한아름 등의 단원들과 타악 신석현 신디사이저 이정호, 콘트라베이스 류양환, 가곡 경덕명과 정미화 대표가 예술감독을 맡아 무대를 꾸몄다.

이날 연주곡은 가곡 고향의 봄과 초소의 봄 변주와 춘래향곡, 꽃피는 이 봄날에 등의 애잔한 봄곡들과 비발디의 사계 중 ‘봄’ 제1악장, 베토벤이 운명 1악장과 비창 3악장 등의 연주곡을 들려주며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보림사 정기음악회

로사가야금앙상블의 정기연주회가 잔잔한 호수의 물보라 같은 아기자기한 연주회였다면, 보림사에서 지난 24일 저녁에 열린 정기음악회는 보다 처연한 슬픔을 묵직하게 길어 올리는 숭고미마저 감도는 공연이었다.

사면이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쌓인 보림사의 연못 무대에 마련된 야외공연장에서 지역주민들과 대구에서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찾아든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한데 어우러지며 대금의 처연한 선율과 국악 창법의 찬불가를 함께 했다.

이날 첫 연주는 민속음악인 국악과 접목한 찬불가 ‘그리움’이라는 음반으로 불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크로스오버 가수 권미희의 무대로 열었다. 중요 무형문화재 제 23호 가야금 산조와 병창 전수자인 국악인 권미희가 49일 만장을 들고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인로왕보살의 인도로 반야용선에 오르기를 기원하는 곡 ‘나무대성인로왕보살’, 세월호 희생자들의 가족들이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인 듯한 ‘천상으로 보내는 편지’, 그리고 고통 속에 이승을 떠난 희생자들이 가족에게 띄우는 독백 같은 곡 ‘슬퍼하지 말아요’ 등을 들려주며 생과의 연을 다한 이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또 다른 연주자인 대금연주자 이수준의 연주는 저 멀리 진도 앞바다의 희생자들에게 가 닿을 만큼 처연하고도 아름다운 울림의 무대로 이어졌다. 권미희의 노래 소리에 실려 살금살금 산 위에서 내려오던 희뿌연 어둠마저 이수준의 연주에 이르러는 취한듯 객석 앞으로 성큼 와 있을 만큼 숭고하면서도 슬픔이 눈물처럼 빛나는 무대였다.

이날 이수준은 희생된 어린 학생들의 못다 한 꿈을 달래려는 듯 슈만의 모음곡 ‘어린이의 정경 중 꿈’을 피아노 반주에 실었고, 김범수의 가요 ‘보고 싶다’ 등을 대금 특유의 정취로 이끌며 관객들의 심금을 고요함으로 채워나갔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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