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락의 경우처럼 안개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우리나라에도 있다. 이종갑이 대표적이다. 폴락이 안개 속에서 접하는 느낌을 추상적이고 암시적으로 표현했다면, 이종갑은 자신이 목격한 또는 상상한 풍경을 자연주의적 화풍으로 묘사한다는 차이가 있다.
안개 속에서 느닷없이 만나는 공(空)과 허(虛). 사물의 형체가 점점 사라지는 원근의 절정. 그에 따라 남는 희미한 잔영들. 이는 이종갑의 예술적 대표적인 단편들이다.
작가는 특히 안개가 불러오는 막연한 호기심과 불안, 그리고 숲을 걸으며 호기심이 한 겹 한 겹 벗겨질 때의 심장이 멎을 듯한 감성에 주목한다.
작품의 중심 경향은 대개 환경적 요인이 지배한다. 이종갑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경기도 양평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양평 근교의 숲에서 만났던 섬세한 감수성이 안개와 자연의 만남이라는 그만의 경향이 됐다.
“아득히 멀어지는 풍경의 원근감을 따라 감상자는 미지의 공간으로 이끌리며,‘혼자’라는 특별한 느낌과 함께 상상 속의 공간을 배회하게 된다.
내 그림 속 안개는 자연 묘사 이전에 존재에 대한 깨달음과 개인적인 기억에 대한 기록”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작품 속 바이올렛 그레이의 몽환적인 빛은 웅장함이라기보다 안개가 걷혔을 때 오는 상상적 자연이자 안개에 대한 철학이었다. 전시는 내달 6일부터 22일까지 이상숙갤러리에서. (053)422-8999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