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과 소리는 달라도 애절한 감동은 하나
모양과 소리는 달라도 애절한 감동은 하나
  • 황인옥
  • 승인 2014.06.22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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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세계피리축제 폐막
30여개국 전통악기 한자리
각국 피리명인들 한무대
퓨전국악으로 관객들과 소통
세계 문화의 다양성 만끽
세계피리명인전공연모습
세계 피리 명인전 공연 모습
모든 삶은 진지하고, 아리고, 슬프다. 그리고 때때로 행복하다. 하지만 이러한 보편적 사람 살이에 각 나라의 자연환경, 민족성, 역사라는 양념이 어우러지면 그 보편은 특수성이 된다. 여기에 음악이 또 하나의 양념으로 버무러지면 그야말로 천차만별, 각양각색의 전통음악으로 탄생된다.

‘전통음악으로 떠나는 세계여행과 힐링’을 주제로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 ‘2014경주세계피리축제-만파식적’은 각 나라의 전통예술의 독특함을 만끽하는 천년고도 경주와 궁합이 잘 맞는 안성맞춤 축제로 손색이 없었다.

◇만파식적, 세계 전통음악 품다

세계 각국의 전통음악을 한 자리에서 풀어내는 축제의 모티브는 ‘피리’. 그중에서도 만파식적이었다. 만파식적은 불면 적이 물러가고, 병이 낫고, 비가 올 때는 개이며, 바람과 물결도 잠잠해지는 신비의 호국피리로 전해진다. 신라 31대 신문왕 시절에 만파식적을 얻는 설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호국의 의미를 담은 만파식적을 모티브로 한 올해의 축제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의미를 담아 차분하게 치러졌다. 축제는 각 국의 전통음악을 다양한 형식으로 보여주는 3일간의 공연과 30여개국의 150여 종류의 악기를 소개하는 전시, 세계 전통 관악기의 구조와 특징을 학문적으로 살펴보는 ‘제4회국제전통악기 포럼’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축제를 화려하게 이끌었던 공연은 각국의 화려한 전통춤과 전통음악으로 구성된 21일 ‘개막공연’과 각 나라의 피리 명인들의 연주로 만나는 22일 ‘세계피리명인전’, 그리고 ‘대금대회 특별공연’ 등이 이어지며 전통음악으로 떠나는 세계여행의 풍미를 선사했다.

‘개막공연’은 양성필 프로젝트 그룹 ‘必 so Good’등의 젊은 국악인들이 현대인들과 보다 친근한 소통을 시도한 퓨전국악이 눈길을 끌었고, 에콰도르 팀인 리마이 팀의 잉카 음악은 신비로운 인디언의 문화를 느끼게 한 색다를 공연으로 찬사를 받았다.

◇축제의 백미, 세계피리명인전

이번 축제의 백미는 22일에 진행된 ‘세계피리명인전’. 비슷한 피리가 각 나라의 명인들의 입술과 손에서 전혀 다른 음악으로 울려퍼지는 광경은 놀라움이었다. ‘세계피리축제’라는 주제가 아니였다면 전혀 만날 수 없는 독특한 무대였다.

첫 무대를 꾸민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로 정년퇴임한 박용호 선생이 들려준 대금연주곡 ‘청성 자진한잎’은 높은 소리를 맑고 아름답고 길고 청정하게 뽑아서 뻗는 대가의 면모로 숙연함을 이끌었다.

이어 동경예술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쳤던 일본의 하루오 스즈키와 일본의 궁중 아카데미 악장 출신인 히로무 모모자와는 생황과 히치리키의 합주로 유교를 관념 음악으로 표현해 냈다.

또 칭광 문화성 부원장인 라오스의 리 유아타이는 라오스의 생황인 케엔 연주로 박수 갈채를 받았고, 대를 이어 전통악기인 백파이프를 연주하는 벨기에의 레미 데커는 유럽 전통 음악인 백파이프의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들려주었다.

흙으로 만든 악기 훈으로 수묵화 같은 음악을 들려준 중국의 장영화와 피리와 태평소로 팔도 민요 연곡을 들려주며 세계 피리 속에서 한국 피리의 섬세한 감성을 전한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 남사당놀이 이수자인 한국의 김광복이 이날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경주의 대표축제로 자리매김

경상북도 후원, 경주시 주최, (사)신라만파식적보존회(이사장 문동옥·예술총감독 양성필) 주관으로 올해로 4회째로 열린 이번 축제는 세계적인 축제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엿보게 한 의미있는 축제라는 평을 들으며 마무리됐다.

다양한 국가의 전통음악을 천년 고도 경주에서 만나는 기쁨은 특별한 감흥을 이끌었고, 머리와 가슴보다 몸으로 먼저 느끼는 전통 음악의 힐링적 요소는 많은 음악 축제들 중에서도 차별화로 평가됐다. 여기에 각 국의 악기를 한 눈에 펼쳐놓고 비교해 보는 재미는 문화의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계기로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몇 가지 개선점도 눈에 띄었다. 축제 성공의 관건인 경주 시민들의 주체적 참여 미흡과 세계피리축제라는 규모에 미치지 못한 몰입을 방해하는 관객들의 관람 태도 등은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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