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마케팅
미움 마케팅
  • 승인 2020.11.1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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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만났다 하면 뜬금없이 누군가에 대해서 욕을 하는 사람이 있다. 대화의 맥락으로 봐서는 전혀 나올 이유도 없는 사람을 화제로 삼아 욕을 시작한다. 뜬금없다는 표현이 딱 맞게, 어느 대상을 향한 욕과 미움의 감정 발산은 그냥 재채기하듯‘툭’ 튀어나온다. 그런 그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미움을 하루에 10명에게 퍼트려라’라는 지령을 받은 사람같이 미움 퍼트리는 일에 아주 열심이다.

누군가에 대한 미움과 욕을 하는 사람들 중 특히 정치인들을 욕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욕을 하는 것이 필요할 땐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잘못을 저질렀다면 당연히 욕을 얻어먹어야 하고, 응당한 처벌 또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요즘은 그냥 자신과 가치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욕을 하고, 그걸 이용해 자신을 지지해줄 사람을 모은다.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도 미움이고, 자신의 생각과 같은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좋은 방법도 미움이다. 가령 “저 사람 미친 것 아냐. 진짜 꼴도 보기 싫다”라고 말을 했다고 하자. 그러면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함께 맞장구치며 욕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과 생각이 다름을 확인하고 그 사람과의 정서적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이런 단순하고 유치한 전략이 유효한 이유는 모든 사물과 사람에 양면이 있듯, 누군가는 한 대상에 대해서 좋은 감정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동일한 대상에 대해서 안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욕을 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내 비춰보면 자신의 편이 누군지를 확인할 수 아주 좋은 방법이 된다. 그래서 주로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지지자를 모으기 위해 이 방법을 많이 사용하는 듯해 보인다. 한 사람에 대해서 심하게 욕하고 대할수록 자신과 같은 생각이거나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비인간적이고, 몰상식한 방법으로 어떤 한 사람에 대해서 능욕을 하고 비방을 하는 어느 모 유튜브 채널에는 구독자가 몰려들고, 후원자가 넘쳐난다. 그 결과 힘을 얻고,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요즘 세상은 미움이 돈이 되고, 미움이 권력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지금은 인천에서 살고 있는 내 친구는 명절이 되어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 대구에 내려왔다가 너무 불쾌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술 한잔하려고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로 이동하는 중에 택시 기사분이 갑자기 뜬금없이 현 정부가 어떻고, 대통령이 어떻고, 그 새끼가 어떻고 등의 욕을 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기사분의 그런 행동에 너무 황당하고 불쾌한 마음이 들어서 “저기요 아저씨 제가 물어봤습니까?”라고 말을 하니 그제야 기사님은 멋쩍어하며 더 이상 욕을 하지 않고 목적지까지 조용히 가셨다고 한다. 그 경험 이후로 택시를 타거나 친구를 만난 자리에서 그와 유사한 몇 번의 경험을 하고 나서는 친구가 내게 한 말은 “내 고향 대구가 싫어질라 한다.”였다. 미움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있다. 더 심한 말을 하고 욕을 해야 자기의 부를 누리고 권력을 누리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에 우리는 현혹이 되지 말아야겠다. 누군가를 오랫동안 미워해 본 사람은 분명 알고 있다. 미움의 결과는 상대방의 파멸을 넘어서, 미움을 오랜 기간 지속시켰던 자신의 파멸이라는 것을. 몸이 상하고, 정신이 망가져 간다는 것은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자신을 위해서라도 당장 미움을 멈추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미움을 정치꾼들이 퍼트리고, 언론이 퍼 나른다. 이런 미움의 덩어리는 바이러스처럼 우리 삶에 구석구석 퍼져나간다. 그 결과 우리 사람들의 사이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마치 좌표를 찍어주면 떼를 지어 닥치고 공격하는 온라인 게임의 캐릭터처럼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고 있다. 오늘 나를 되돌아봐야겠다. 나는 누구를 미워하고 있을까? 그리고 얼마나 자주 미움을 퍼트리고 있을까? 생각해보고 반성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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