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수업을 하는 학교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수업을 하는 학교
  • 여인호
  • 승인 2020.12.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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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앞에 분들이 많이 하셨기 때문에……. 저는 칭찬은 하지 않겠습니다. 학습량이 너무 많아서 줄이라고 했는데, 고친 흔적이 없습니다. 그 많은 양을 한 시간에 다 하려니 주마간산식의 수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교과서를 그대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1982년 6월 7일부터 7월 16일까지 대구중앙국민학교에서 교육실습을 했습니다. 영호는 실습 마지막 주에 400여 명 앞에서 국어과 갑종수업(지금의 학교단위 수업)을 했습니다. 앞의 내용은 대구교대 국어과 김문웅 교수님의 지도조언입니다. 10분 이상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말씀 그대로 칭찬은 한 마디도 하시지 않았습니다.

교수님 말씀 이전에 수업을 참관한 교생, 담임 선생님의 영호에 대한 실습 태도 등의 평가, 손숙희 선생님의 수업평가에서는 모두가 칭찬 일색이었습니다. 칭찬을 들은 영호는 기분이 아주 좋았고, 대단한 일을 했다는 자부심과 우쭐함도 숨길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기분도 김문웅 교수님의 지도조언으로 급전직하했습니다.

지금은 38년 전의 수업협의회에서 들은 칭찬이나 격려는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김문웅 교수님의 말씀만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그 때 강조한 학습량, 교육과정 재구성 등은 수업에서 금과옥조처럼 사용되는 중요한 내용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교수님은 성취기준이나 목표 중심의 수업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대구관음초등학교에 근무하던 지난 1997년 11월 17일(월)은 국어과 수업발표 최종 심사일입니다. 하루 전은 조부님 기일이었는데, 영호는 국어 수업 생각에 세 번 연속 절을 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국어와 과학 수업을 마치고 교장실에서 심사위원과 면담을 했습니다. “좋은 수업은 이론과 실제 수업의 조화가 필요합니다.”라는 서효섭 장학사님의 말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2014년 9월 1일부터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 교감으로 근무하면서 선생님들이 일상의 수업과 공개 수업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집밥 같은 수업을 지원하고, 교수·학습안에 수업철학을 반영했습니다. 2015년 4월 1일에는 ‘수업에서 행복을 만나다’라는 슬로건으로 인성교육중심수업 협력학습 전국 워크숍을 개최하여 1천400여 명과 좋은 수업을 공유했습니다. 교감이라는 직위보다는 좋은 수업을 위해서 선생님들과 동행하는 수업친구이고 싶었습니다.

교대부초의 비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수업을 하는 학교’입니다. 부사인 ‘가장’과 형용사인 ‘좋다’는 기준보다 높다는 의미입니다. 좋은 수업은 기초와 기본에 충실한 수업, 학습자 중심의 수업, 성취기준 중심의 수업 등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영호가 생각하는 수업은 교육공동체인 학생, 학부모, 교원 모두가 공감하고 만족하는 수업입니다.

영호는 교대부초의 선생님들께 세 가지를 강조합니다. 겸손, 열정, 실력입니다. 신영복 교수님은 성찰, 겸손, 절제, 미완성 중에서 겸손이 관계론의 최고 형태라고 합니다. 열정은 인생이나 교육, 수업에 대한 마음가짐과 실천입니다. 선생님들이 겸손과 열정으로 절차탁마를 하면 시나브로 좋은 수업을 하는 실력, 즉 좋은 수업력은 그림자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38년 전의 김문웅 교수님의 말씀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지금의 영호가 좋은 수업을 위해 절차탁마를 한 출발점입니다. 영호가 힘든 고비마다 되돌아보고 마음을 가다듬는 전환점이었습니다. 예비교사 시절의 그 초심으로 교대부초의 비전인‘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수업을 하는 학교’를 위해서 영호도 더욱 더 절차탁마하겠습니다.

2020년 11월 18일에 수업한 5학년 학생의 소감이 영호에게 힘을 주고 각오를 다지게 합니다. “교장 선생님께. 선생님! 이런 특별한 수업을 만들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과 수업해서 너무 재미있었고, 코로나19 방역수칙도 잘 지키겠습니다. 6학년 때도 수업해 주세요. 사랑합니다!”



김영호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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