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하늘도 다함이 없도다 (昊天罔極)
넓은 하늘도 다함이 없도다 (昊天罔極)
  • 승인 2021.05.0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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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구예임회 회장 전 중리초교 교장
내일이면 어버이날이다. 이맘때면 자식들이 선물을 하거나 용돈을 준다. 귀여운 손자들이 고사리 손으로 쓴 편지를 받기도 한다. 기쁘고 흐뭇하지만 한편으론 살아 계시지 않은 어버이가 유독 그립기도 한 날이기도 하다.

‘용광로가 될 거다/참나무 장작이 될 거다/호들갑 떨지 말고/넌 그저 부지깽이가 되어라./네 종아리 후려치던/모지랑이 부지깽이가 되어라./까막눈 어미한테 글을 깨우쳐주던/부지깽이 몽당심이 되어라./부엌바닥 흙 공책에/식구들 이름을 받아 적던/검은 눈동자가 되어라./불꽃 눈 치켜뜨는/반딧불이 되어라.(부지깽이, 이정록)

모든 어버이들은 소박하게 자식이 착하게 자라기만을 바랐다. 오래 써서 끝이 닳아 없어진 몽당심의 부지깽이가 되고, 반딧불이 되라고 하였다.

필자의 고향에도 ‘부지깽이로 쓴 편지’의 내력이 전해온다. 머슴살이를 하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렵지만 외동아들을 서울에 있는 대학에 보냈다. 전혀 글자를 모르던 아버지는 서울에 있는 아들에게 누런 시멘트 포대의 종이에 부지깽이 몽당 심으로 ‘人人人人人’이라고 적어서 부쳤다. 오직 아버지는 ‘사람(人)이면 다 사람(人)인가. 사람(人)다운 사람(人)이 참다운 사람(人)이다.’라는 마음을 자식에게 전했던 것이다. 외동아들은 열심히 공부하여 고등고시에 합격하였다. 아들은 서울의 부잣집 딸과 결혼하여 손자를 낳았다. 손자의 돌잔치에 아버지는 수수떡을 해서 먼 길을 갔지만 아들에게 하인 취급을 받았다. 아버지는 자식과의 연을 끊고 시골로 내려오고 말았다. 판검사 친구들은 아버지를 “우리 집 하인이다.”고 말했던 사실을 알고는 모두 절연하고 말았다. 외톨이가 된 아들은 시골의 부모님을 찾아 잘못을 빌었지만 아버지는 끝내 용서하지 않았다.

시골 서당에서 자란 필자는 명심보감을 배우는 학동마다 시경에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아아 애달프고 슬프도다. 나를 낳아 기르시느라고 애쓰시고 수고 하셨도다. 그 깊은 은혜를 갚고자 한다면 넓은 하늘도 다함이 없도다(昊天罔極).’고 읊조리는 소리를 들었다.

시경에는 효자가 끝까지 부모를 봉양하지 못했다는 시 ‘육아(蓼莪)’가 있다. 육아는 장대한 ‘새발쑥’을 말한다. 새발쑥(흰쑥)은 노란색을 띤 참쑥이다. 옛날엔 식용뿐 아니라 특히 약초로 귀한 대접을 받았던듯하다.

새발쑥인 줄 알았는데 ‘다북쑥’이구나, 아아 애달프고 슬프다 나를 낳아 기르시느라고 애쓰시고 수고 하셨는데. 새발쑥인 줄 알았는데 ‘제비쑥’이구나, 아아 애달프고 슬프다. 나를 낳고 고생하여 여위셨는데. 그 깊은 은덕을 갚고자 한다면 넓은 하늘도 다함이 없네.

초등학교에서 정철의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의 시조를 배웠다. 주세붕의 오륜가도 익혔다. 지극정성 효도하라는 시조들이다.

삼국사기에는 신라시대 ‘효녀 지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삼국유사에는 ‘가난한 딸이 어머니를 봉양하다.’라고 되어 있다. 같은 내용의 이야기이다. 삼국유사에는 가난한 딸의 효성을 ‘반포지효(反哺之孝)’에 비유했다.

어미 까마귀는 새끼에게 60일 동안 먹이를 입에 물고 와서 먹인다. 그 새끼 까마귀가 자라서 어미 까마귀에게 60일간 먹이를 물어 와서 먹여준다고 한다. 이것이 반포(反哺)이다. 20세의 가난한 여인이 눈 먼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통곡을 했다. 구걸을 하여 어머니를 봉양하던 가난한여인은 흉년이 들자 끼니 때우기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화랑 효종랑과 낭도들이 곡식과 옷 등을 보내어 도왔다. 나중에 진성여왕도 많은 곡식을 보내었다. 그 마을 이름을 효양리라고 했다.

며칠 전 어린이날을 맞아 경주 시골에 사는 손자에게 갔다. ‘반포지효’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손자가 대뜸 “겨울이면 경주에는 까마귀 떼들이 많아요. 까마귀에게도 본받을 것이 많네요.”하였다. 손자의 그 말이 보편적 의미를 강조하는 표현이기를 바랐다.

‘내 일이 바빠서 주인집 방아 빨리 찧는다.’는 속담이 있다. 삼국유사 ‘욱면비(郁面婢)’에 실려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속담이다. 부모님 뵙는 일이 바쁘면 좋겠다. 그러려면 할 일은 빨리 끝내야 한다.

그 동안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께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살펴볼 일이다. 호천망극(昊天罔極)은 ‘부모의 은혜가 매우 크고 끝이 없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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