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 등 총 22명의 수기 실어
당시 전투 상황 실감나게 다뤄
책은 6.25전쟁 당시 처절했던 후크고지전투에 대한 사료로서도 가치를 지니고 있다. 1952년 11월초에 벌어진 2차 후크고지 전투에서 중공군과 격전을 치른 블랙와치가 예비대로 물러나고, 11월 중순 그 자리에 마침내 웰링턴 공작의 워털루전투 전통에 빛나는 듀크 연대가 투입된다. 중공군의 크고 작은 도발에 맞서 싸우며 한국에서의 혹독한 겨울을 보낸 듀크는, 1953년 5월 28일부터 중공군의 총공세에 맞서 엄청난 포격전에 이은 처절한 참호 육박전을 벌인다.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는 메인 필자인 켈드 옹의 참전 수기로, 자신이 직접 치른 제3차 후크고지 전투와 그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2부는 이등병 소총수부터 선임하사,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 포병대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스물두 분의 참전 노병들의 수기가 실려 있습니다. 듀크 연대 장병들의 수기가 주를 이루고 더함 경보병 연대, 에섹스 연대, 킹스 경보병 연대, 노스 스태포드셔 연대, 로얄 노섬버랜드 푸실리에스 연대, 왕립포병연대 출신 노병에 이르기까지 당시 영국군의 주력이 대거 6.25전쟁에 참전했음을 알 수 있다. 제3부에 실린 참전용사 아내가 쓴 수기는 또 다른 의미에서 각별하게 다가온다. 2차대전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남편이 다시 동원 명령을 받고 한국으로 떠나는 것을 속절없이 지켜보며 아직 걸음걸이도 서툰 두 아이를 키워야 했던 한 젊은 아내의 이야기는 우리가 쉽사리 느껴 보지 못한 또 다른 전쟁의 기록으로 다가온다.
석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