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급발진 입증책임
자동차 급발진 입증책임
  • 승인 2021.06.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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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자동차가 각종 전자장비와 결합함에 따라 자동차 급발진사고가 증가하는 추세이고, 여기에 더하여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고 전기차의 구동계통은 종전의 차량 구조와 전혀 다른 전기 모터 등으로 구성된 전자제품이므로 전자적 오류에 의한 오작동으로 인한 급발진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피해자들이 자동차회사를 상대한 소송에서 '급발진에 의한 사고'에 대한 입증책임은 피해자에게 있고 자동차회사가 '급발진에 의한 사고가 아니다'라는 입증책임은 없는 것으로 재판절차가 진행됨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일반인이 급발진을 증명하느냐, 급발진이 아닌 운전자의 실수라는 것을 자동차회사가 입증해야하는 것이 상식에 맞는 것 아니냐'라면서 법원의 판결 태도에 엄청난 불만을 가진다.

소송에서 어떤 사실관계의 존재가 입증되지 않으면 그 사실이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되어 판결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하여 해당 사실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여야 하는 책임 또는 반대로 그 사실의 존재를 입증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생기는 불이익을 '입증책임'이라고 한다. 소송에서 손해 발생을 주장하는 사람은 손해 발생과 상대방의 행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여야 하고, 반대로 상대방이 '나와 무관하게 생긴 손해이다'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입증할 필요는 없다.

신호위반 교통사고로 인하여 자동차가 파손된 경우 상대방의 신호위반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여 차량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증거를 제출하여야 한다. 판사는 신이 아닌 이상 그 사고가 상대방의 신호위반으로 발생한 사고인지 아니면 나의 과실로 인한 사고인지 알 수 없다.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원칙적으로 누군가에게 승소판결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만일 사고 발생의 원인이 불명확한 상태라도 원고와 피고 중 누구의 손을 들어주어야 하는데, 사고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피고에게 책임지라고 할 수 없으므로 손해를 주장하는 원고가 패소하게 된다.

그런데 의료사고 및 자동차 급발진 사고와 같은 전문적인 영역에서는 일반인이 의료사고에 관한 증거, 급발진에 관한 증거를 제출하기는 매우 곤란하므로 판례를 통하여 일부 수정된 이론이 형성되고 있다.

일반적인 입증책임을 다소 완화한 내용 중 한 가지가 '일응(一應)의 추정'이다. 즉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경험칙을 이용하여 간접사실로부터 주요사실을 추정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도로를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인도로 진입하여 사고가 발생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해자의 운전상의 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급발진 사고에 대한 피해자의 주장이 있으면 무조건 자동차회사에서 급발진 사고가 아닌 증거를 제출할 의무를 지우는 것은 일반인 입장에서 당연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니다. 가정하기를 cctv가 없는 길에서 운전 부주의로 차량이 커브길 언덕에서 굴러 떨어진 후 '급발진으로 차가 갑자기 튀어나가 언덕으로 굴러 떨어졌다'라고 허위 주장할 경우 '급발진이 아님을 자동차회사가 입증하라'고 한다면 자동차회사로서는 입증하기가 거의 곤란하다. 따라서 위 '일응의 추정' 방법에 따라 피해자가 뭔가 급발진 사고를 추정할 만한 상당히 설득력 있는 단서 또는 급발진이 아니고서는 그러한 사고 상황을 설명할 수 없는 정도의 증거를 제출하면 일단 '급발진 사고'임이 추정되고 그 단계에서 비로소 자동차 회사가 급발진 사고가 아닌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여야 그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것으로 된다.

예를 들어 다른 차에서 촬영된 블랙박스에 사고 차량이 브레이크 등이 점등 되었는데도 차가 멈추지 않고 계속 빠른 속도로 나가는 영상이 확보된 경우, 사고 당시의 실내 영상에 차량 변속기가 'n', 'p'로 위치함에도 차량이 계속 질주하는 경우 등은 일응 급발진이 추정된 것으로 보아 자동차회사가 급발진이 아닌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면 그 책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장래에는 판례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회사는 '자동차 컴퓨터 분석 상 운전자가 계속하여 가속페달을 밟았다'라는 데이터를 증거로 제출하면 일반인은 그 데이터를 반박할 기술이 부족하므로 결국 패소할 수밖에 없다. 급발진사고에 대한 일반인의 승소가 거의 없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이기 때문이지만 법원 입장에서도 무조건 일반인의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

전기차는 수많은 전기부품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부품에서 나오는 전기적 노이즈 신호로 오작동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법률 및 자동차보험의 내용을 변경하여 급발진으로 일응 추정되는 경우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 일반인과 자동차회사가 서로 손해를 분담하는 방법이 강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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