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디자인 기행]색채와 빛...공공시설물도 도시를 로맨틱하게 만들 수 있다
[일상 속 디자인 기행]색채와 빛...공공시설물도 도시를 로맨틱하게 만들 수 있다
  • 류지희
  • 승인 2021.07.0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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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도시’로 변모한 여수
2018년 ‘컬러빌리지 사업’ 추진
2개 마을 지붕·벽 알록달록하게
SNS에선 ‘가봐야할 관광지’로
해상케이블카 타고 마을 보면
동백꽃 한송이 피어있는 듯해
 
전라남도여수시
여수시의 컬러빌리지사업을 통해 변화된 마을의 모습.

캄캄한 밤 하늘에 뜬 별은 지친 하루의 고단함도 잠시 잊게 만들어 주는 힘을 가진다. 어둠 속의 밝음이 뿜어내는 희망적인 에너지는 아름다움을 너머 때로는 마음 속을 파고드는 위로가 되기도, 두근 거리는 경이가 되기도 한다.

그런 별빛과 색색의 빛들이 도심 곳곳에도 내려 앉아 있다. 빛과 색채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도심의 거리는 자연이 만들어내는 싱그러움과는 또 다른 생기들로 넘쳐난다. 너도 나도 앞다투어 즐비해있는 간판사인들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한 켠에는 거리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공공디자인 시설물들이 잠시 숨고르고 쉬어갈 수 있도록 은은한 빛을 살랑이기도 한다.

지난 1월 말 겨울에는 대구 수성못에서 ‘제 1회 수성 빛 예술제’가 열려 코로나19로 인해 녹록해져 있던 시민들의 마음을 환하게 어루만져 주기도 했다. 2020년 12월 20일을 시작으로 2021년 1월 12일까지 약 24일 동안 수성못 성화동산부터 수성호텔 앞 도로에서 1만여 명의 수성구민과 대구 시민이 참여한 멋진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거의 한 달 동안이나 계속 되었던 빛들의 축제는 바이러스로 인해 움츠러들어 있던 시민들의 구석진 맘을 환한 곳으로 이끌어내 주었다. 어두운 밤이 되면 가족, 친구, 연이들과 함께 아름다운 공간을 찾아와 사진을 찍으며 반짝이는 추억을 남기는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이였다.

빛은 단순히 우리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하는 시각적 미(美)만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과학적으로도 빛은 우리의 생체리듬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 2000년대 들어 시각 분야에서 가장 놀라운 업적 가운데 하나인 ‘감광신경절세포(ipRGC)’를 발견한 미국 브라운대 데이비드 베르슨 교수가 밝힌 바 있다. 특히 빛의 색채 중 파란색은 생체리듬 뿐 아니라 기분과 학습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우리몸속에서 생체시계를 주관하는 영역인 감광신경절세포에는 막대세포와 원뿔세포라는 광수용세포가 두 종류가 있다. 그런데 막대세포나 원뿔세포의 정보전달자가 아니라 독자적으로 빛을 감지해 정보를 내보내는 신경절세포의 존재를 발견한 것이다. 이는 빛과 색채가 꼭 시각정보로 우리에게 들어오지 않고도 단순히 감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울증, 집중력, 기분 등 심리적, 정서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올해 공공디자인 사업 47억 투입
사람 심리·정서에 영향주는 色
경관 조명 설치 주변 환경 개선
야간 명소화로 범죄 예방 도움

지난해 보다 올해 공공시설물 및 조경분야에서 빛과 색채디자인의 도입이 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예가 ‘2021년도 군,구 공공디자인 지원 사업’이다.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 조성을 위해 올해 총 47억4천700만원을 투입하여 군·구를 대상으로 매년 7월 수요조사를 통해 야간 및 색채디자인 등의 사업대상을 정하고 이듬해 지원하고 있는 사업이다. 원도심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의 공공시설디자인의 일환으로 살기좋은 도심 조성 뿐만아니라, 지역의 랜드마크로도 자리매김 할 수 있으며 야간 명소 조성으로 범죄예방에도 도움이 됨으로 빛과 색채가 삭막한 도시이미지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목소리들이 많다.
 
여수시의컬러빌리지사업
축대 등 골목이 알록달록한 벽화들로 장식돼 찾은 이들의 포토존으로 인기다.

전라남도 여수는 성공적으로 빛과 색을 활용한 도시 사례 중 하나이다. 2018년 여수시가 도심 일대에서 추진한 컬러빌리지 사업은 지금의 “낭만의 도시 여수”를 낳았다. 낮에는 색채, 밤에는 빛을 주제로 경관개선사업을 진행하며 고소천사벽화마을과 자산마을은 알록달록 색깔 옷을 입었다. 특히 지산마을 주택 70여 동은 동백꽃 색으로 새옷을 입고 SNS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퍼지면서 여수에서 꼭 가보아야할 관광명소가 되었다. 마을 옆을 지나는 해상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마을 전체가 동백꽃 한송이가 피어있는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고소천사벽화마을 주택 130여 동도 지붕은 동백꽃색, 벽면은 파스텔 톤 색상으로 변신해 햇살이 바삭한 낮시간에 자연광을 받았을 때 이국적인 해안마을의 분위기를 자아해낸다. 후미지고 으슥했던 마을 내 옹벽과 비탈길에는 보기만해도 기분좋은 벽화들과 야간조명이 설치되어 그냥은 지나칠 수 없는 분위기 깡패 인기 포토존으로 탈바꿈 했다.
 

김용준작가유리공예작품2
유리공예가 김준용 작가의 작품 ‘낮과 밤의 꽃Flowers of day and night’이다. 작품 자체의 그라데이션 색채가 다각도의 광원과 만나 다채롭고 오묘한 모습을 자아내고 있다.

자연을 입은 예술
김준용 작가의 ‘유리공예’
색유리 섞어 오묘한 분위기
아름다움 넘어 재미 요소로

색과 빛의 조화가 주는 아름다움은 공공시설이 아닌, 유리공예에서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담는다’ 시리즈의 연작 중 하나인 ‘낮과 밤의 꽃Flowers of day and night’은 활발하게 활동하는 현역 유리공예가이자 청주대학교 교수로도 재직 중인 김준용 작가의 작품이다. 그는 1990년 유리공예가 국내에서 싹을 틔울 무렵에 첫 발을 디뎌 오늘날에 이르렀다. 자연의 색을 구현하고 싶어 시작한 유리공예에서 색은 그의 작품 세계를 표현하는데 가장 중요한 언어이다. 주로 새벽녘, 노을 질 무렵, 땅거미가 내려앉을 때의 하늘을 표현하므로 농도의 변화뿐만 아니라 두 가지, 세 가지 색이 조합될 때도 있다. 기성 색유리를 사용하지 않고 마치 연금술사처럼 원료를 배합해서 직접 색을 만들어 쓰기 때문에 작품의 독창성은 더욱 도드라질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유리가 빛을 만나 생기의 투과성과 빛의 산란, 영롱하고 맑은 색그림자는 1차원적인 유리공예작품의 아름다움을 너머서 또 다른 볼거리의 재미요소이자 하나의 작품이 된다.

광원이 어느 방향에서 흡수되는지에 따라 한 작품에서도 다양한 색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리 두께의 차이 또한 빛과의 콜라보에 따라 시시때때 제2, 제3의 작품을 연출시킬 수 있어 자연스럽고도 오묘한 색의 그러데이션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렇게 색과 빛이 지닌 다채로움이 보는 이들로하여금 즐거움과 기분좋은 호기심을 자극하니 그의 작품을 보며 관람객들이 매료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활기차고 외향적인 느낌을 주는 레드(Red), 이지적이고 학구적인 사람들이 좋아해 마음을 열고 상세한 것에 대한 관심을 자극하는 옐로우(Yellow)는, 조화와 평정을 대변하는 색채로 균형과 효율, 자유로움과 안정을 느끼게 해주는 초록(Green) 등 다양한 색채들이 지닌 강점과 약점의 매력들이 서로 어우러져 우리 생활 곳곳을 보다 사람다운 희노애락으로 윤택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획일적이고 반복되는 것들이 넘쳐나는 도심 속에서 불규칙적이지만 안정감을 주고, 자유롭지만 리듬감을 담고 있는 색과 빛을 마음껏 만끽하고 느끼고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
 

 

류지희 <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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