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 가호리 압화마을]지천에 널린 들꽃·풀잎 활용 ‘압화’ 가공…새 소득원 창출
[군위 가호리 압화마을]지천에 널린 들꽃·풀잎 활용 ‘압화’ 가공…새 소득원 창출
  • 배수경
  • 승인 2021.07.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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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터널 개통되며 접근 용이
80여 가구 주민 평균 연령 70세
양정인 대표, 25년전에 정착
지난 5월 ‘누름꽃 연구소’ 개소
 
팔공산 북쪽 산자락에 위치한 군위군 부계면 가호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이곳에 최근 양정인누름꽃연구소가 문을 열며 우리나라 압화재료의 메카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전영호기자 
팔공산 북쪽 산자락에 위치한 군위군 부계면 가호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이곳에 최근 양정인누름꽃연구소가 문을 열며 우리나라 압화재료의 메카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전영호기자 

 

2021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군위 가호리 압화마을

팔공산 북쪽 산자락에 위치한 군위군 부계면 가호리는 얼핏 보기에는 특별한 것 없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대부분의 주민은 사과, 고추, 참깨, 마늘 등 밭농사를 주로 짓지만 가호리 하면 누구나 떠올릴만한 특별한 작물은 없다. 마을 입구 가호 1리라고 새겨진 돌 이정표에는 가실이라는 글자가 함께 새겨져있다. 인조때 신을균이라는 사람이 이 마을에 거주하며 산과 골이 아름답다고 하여 가실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가실, 이붓골, 동림, 살메기 등의 자연부락들이 지금은 행정구역상으로 가호1리, 2리가 됐다. 그동안 대구에서 가호리로 오기 위해서는 한티재 고갯길을 넘어야 했는데 2017년 팔공산 터널이 개통되면서 30분 넘게 걸리던 길이 10분 내외로 단축이 되었다. 또한 상주영천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지척에 동군위IC가 생겨 마을의 접근성이 좋아졌다.

대부분의 농촌마을과 마찬가지로 가호리도 80여가구 주민의 평균 연령이 70세에 이를 정도로 대부분이 나이가 많다. 노령화가 진행되며 생기를 잃어가던 마을에 최근 ‘압화’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며 활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바람의 진원지는 바로 가호 1리에 지난 5월 문을 연 양정인 누름꽃 연구소다.
 

마을이야기-작품
꽃, 나뭇잎, 뿌리, 나무껍질 등을 활용해 만든 다양한 압화작품들.

압화(押花)는 이름 그대로 눌러서 말린 꽃이다. 누름꽃, 혹은 프레스드플라워라고도 부른다. 이렇게 말린 꽃은 다양한 공예품의 재료가 돼 예술작품으로 탄생한다. 압화라고 부르지만 사실 꽃에만 한정되는 개념은 아니다. 꽃은 물론, 잎, 줄기, 뿌리, 그리고 열매까지 눌러서 말린 모든 식물들을 다 포함한다.

압화라는 용어 자체는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압화는 오래 전부터 우리의 삶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방문이나 창에 창호지를 바를 때 단풍이나 국화잎을 덧발라 꾸며놓았다. 이렇게 해놓으면 보기에도 예쁘지만 문고리가 있는 부분을 쉽게 찢어지지 않게 단단하게 만들거나 구멍이 난 문종이를 메워주는 실용성도 있었다. 곱게 발라놓은 국화잎은 세균을 막아주는 효능도 있었다고 한다.

오랜 과거로 거슬러가지 않더라도 학창시절에 누구나 한번쯤은 예쁘게 물든 은행잎이나 단풍잎을 주워들어 책갈피에 꽂아두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찾아낸 네잎클로버는 두꺼운 사전 속 어디엔가에 자리잡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책장 사이에서 바삭하게 잘 마른 클로버나 나뭇잎을 예쁜 글귀와 함께 코팅해서 선물하는 것이 유행처럼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
 

마을이야기-꽃과채소
딸기, 가지, 오이, 마늘 등을 이용해 만든 압화작품

꽃잎이나 나뭇잎을 두꺼운 책 사이에 넣어서 말리던 것에서 더 나아가 식물의 색깔과 형태를 오랫동안 생생하게 간직하면서 아름답게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 현대적인 의미의 압화라고 할 수 있다.

25년전 귀촌을 위해 이곳저곳 찾아다니다 들꽃이 지천에 피어있는 마을 풍경에 반해 이곳에 자리잡은 양정인 대표는 그동안 이곳에서 누름꽃연구소를 꾸려 압화 연구를 해오다 지난 5월 ‘꽃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이름의 갤러리를 열고 자신의 노하우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내세울만한 작물도 없고 마을 어르신들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마을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던 차에 ‘압화재료를 제대로 한번 가공해서 판로를 개척하면 어떨까?’ 하는데 생각이 닿았다.

하나의 아름다운 압화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재료가 필수다. 이러한 재료를 가호리에서 체계적으로 대량 생산해 전국적으로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양 대표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해보자는 제안은 꽤나 매력적이었다.
 

마을이야기-꽃
각각의 재료의 특성에 맞게 잘 건조시켜 포장된 압화재료들은 전국 각지에서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한다.

대표 작물 없는 마을에 소득원
계절마다 다른 꽃·채소·과일…
색깔 모양 살리며 압화 재료로
시행착오 겪으며 노하우 터득
예약 하면 작품 감상·체험 가능
젊은 주민 유입 늘어나길 기대

이곳 연구소에서는 계절마다 다른 꽃, 줄기, 뿌리는 물론 고추, 오이, 마늘, 가지, 딸기, 수박 등 과일과 채소들도 색깔과 모양을 그대로 살리면서 건조시켜 압화재료로 재탄생시킨다. 본래의 모양과 생생한 색깔을 간직한 딸기와 가지, 오이 등으로 만든 압화 제품들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작품으로 변신한 채소와 과일이 신기해 조심스레 가공법을 묻는 질문에 양 대표는 “방법을 다 알려줘도 제대로 하기는 어려울거다”며 설명을 시작한다.

과일은 과즙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건조가 쉽지 않다. 재빨리 건조하지 않으면 쭈글쭈글해져 버린다. 압화를 위한 채소나 과일 등의 재료는 수확시기가 중요하다. 완전히 성장하기 전 수확한 채소나 과일은 모양을 그대로 살려 슬라이스 한 후 특수 건조용지 사이에 넣어 압력을 가하면서 며칠간 말린다.

각각의 재료에 따라 어느정도의 압력을 가해야 하는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 터득하게 된 노하우다. 양 대표는 이런 노하우를 통해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 있다. 양 대표는 들판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풀 한포기, 식물의 뿌리 하나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다. 식물의 모든 부분들이 가공과정을 거치면 압화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선명한 컬러의 재료들은 압화 작품으로 완성되었을때 더욱 빛을 발한다.

양정인 누름꽃연구소와 갤러리를 겸한 '꽃으로 그린 그림' 전경
연구소와 갤러리를 겸한 '꽃으로 그린 그림' 전경

미리 예약을 하면 갤러리에 전시된 다양한 압화작품을 감상하고 차 한잔과 함께 간단하게 압화엽서 꾸미기나 꽃봉투 꾸미기 같은 체험도 해볼 수 있다. 마을에서 자라는 꽃들을 이용한 파티션이나 컵받침, 액자, 조명 같은 생활소품들은 물론 스티커로 만들어서 누구나 손쉽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압화 키트도 인기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려는 때, 코로나로 인해 다소 느린 발걸음을 떼고 있지만 가호리 압화마을은 서두르지 않고 우리나라 압화의 메카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는 중이다.

압화마을이 활성화되면 젊은 주민들의 유입도 늘어나 마을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병태·배수경기자

 

[우리 마을은] 

우리마을은
양정인(왼쪽) 대표, 홍연한 이장.

 

“다양한 상품 개발, 압화 메카 만들 것”...가호리 홍연한 이장·양정인 누름꽃연구소 대표

“압화는 식물이 가진 가치를 업그레이드 하는 과정입니다.” 대구가톨릭대 화훼장식과 교수로 퇴임한 양정인 대표는 1990년도부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압화교육을 시작한 1세대 압화전문가다. ‘압화예술원론’등의 책을 집필하고 ‘아크릴 압화 제작 방법’ 등에 관한 특허(2006)를 비롯 ‘DNA가 보존된 식물표본 제작’에 대한 특허(2018) 등 식물표본 제작에 획기적인 다양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식물표본은 예술적인 작품으로서뿐만 아니라 향후 후손에게 식물의 원형까지 전달할 수 있어 학술적인 가치까지 갖추고 있다.

“첫 시작은 농가 부업과 같은 작은 규모로 시작하지만 압화전문가를 배출하고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가호리를 압화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꿈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양 대표는 자나깨나 어떻게 하면 마을과 함께 상생할 수 있을까를 고민 한다고 한다. 이러한 일은 한 개인의 의욕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든든한 지원군은 가호리의 홍연한 이장이다.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10여년전 퇴직 후 가호리로 들어온 홍 이장은 양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마을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본다.

“유럽을 가보면 마을과 기업이 협업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가호리는 단순히 농사를 짓고 생산을 하는 1차산업을 넘어서 재료를 가공하고(2차산업), 서비스업(3차 산업)까지 더한 6차 산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해낼 거라 기대해 봅니다.”

이곳을 제 2의 고향으로 삼은 한 개인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에 오랫동안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온 마을 주민들이 뜻을 같이하고 군위군과 부계면 공무원들이 귀를 열고 함께 고민하며 마치 3인 4각처럼 발 맞춰 만들어가는 마을의 미래는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가볼만한곳
 

[가볼만한 곳]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담길

◇한밤마을

부계면 대율리 한밤마을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담길을 자랑한다. 부림 홍씨 집성촌인 이곳의 돌담길(사진)은 마을 전체를 감싸며 4.5㎞ 굽이굽이 이어진다. 군위군에서 가장 오래된 가옥인 남천고택에서는 고택체험을 할 수 있으며 돌담사이에 자리한 대율리 대청은 마을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쉼터가 돼준다.

◇화본마을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

폐교가 된 산성중학교를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를 떠올릴 수 있는 전시장으로 변신시킨 이곳은 추억의 골목길과 구멍가게, 이발소, 극장, 사진관, 교실 등 부모님 세대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어 가족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누리꾼들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선정된 화본역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로도 알려진 정감있는 역사에는 증기기관차용 급수탑과 객차를 이용해 만든 카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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