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디자인 기행] 전통시장에 부는 브랜드화 바람, 어느 매장이 눈에 확 띄나요?
[일상 속 디자인 기행] 전통시장에 부는 브랜드화 바람, 어느 매장이 눈에 확 띄나요?
  • 류지희
  • 승인 2021.11.1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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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손맛 담긴 먹거리·훈훈한 인심·진정성 넘치는 곳
게장가게·만두가게…단순한 상호명에 재방문 쉽지 않아
간판 로고·통일성 있는 상품진열 신경쓰니 손님 ‘북적’
대형브랜드-전통시장서 얻는 가치는 당연히 다르지만
‘새 교류의 장’ 조성 위해선 고유가치 담은 브랜딩 필요

 

노브랜드버거
신세계의 ‘노브랜드 버거’이다. 노브랜드를 새로운 브랜드마케팅 전략으로 런칭한 프랜차이즈로 시장의 브랜딩 현황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화려하고 체계적으로 브랜드가 시스템화 되어 있다.

몇 해전 대구 동성로에도 ‘노브랜드’라는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생겨났다. 국내에서 손쉽게 경험하기 힘든 다양한 웨스턴 핸드헬드 푸드(western hand held food)를 제공함으로서 고객들에게 새로운 캐주얼 푸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노브랜드의 스토리전략이다. 단순히 버거를 먹는 레스토랑을 넘어 다양한 시간, 다양한 고객님들의 상황에 최적화된 외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신개념 캐주얼 버거 하우스를 겨냥한 것이다. 신세계에서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라는 가치를 내걸고 노브랜드 마케팅을 시행한 사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노브랜드라는 브랜드가 또 하나의 브랜드 파워를 가지면서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전국 곳곳에 프렌차이즈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브랜드의 거품에서 벗으나려 해도 현대 경쟁사회에서 브랜드의 파도를 타지 않고 독자성을 띄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소비자들이 특정한 제품을 선택할 때 어쩔 수 없이 가장 먼저 ‘브랜드’의 이미지를 떠올리는데서 오는 연상작용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브랜드의 중요성이 부각되지 않았던 곳이 하나 있다. 바로 전통재래시장이다. 새벽부터 장터가 열리고 닫히는 시장에서는 간판이 아예 없거나 상호명을 명시해놓는 정도의 간판만 있는 가게들이 많다.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그냥 어느 시장의 반찬가게, 생선가게일 뿐이다. 제품자체의 신선도와 주인사장님의 인심으로 기억되는 시장의 분위기가 물건의 매매를 이루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비슷한 상품군들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모여있어도 “시장 골목 모퉁이의 왼쪽 집”같이 어렴풋한 위치나 가게 주인의 인상착의로 가게를 찾는다.

그러나 요즘의 전통재래시장의 모습도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전통재래시장’이라는 그 자체로의 역사와 스토리가 아날로그적인 브랜드가치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획일화된 프렌차이즈로 뒤덮힌 현대사회에서 시장 특유의 순박함과 진정성 속에 숨어 있는 가치를 이제는 ‘브랜딩’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듯 새롭게 다가가기 위한 발돋움이다.

뿐만 아니라 ‘6차 산업화’로 인해 청년농부들이 늘어나고 농업의 중요성이 더욱이 부각되면서 ‘도시와 농촌이 서로 공감’하는 “도농공감”을 이루려는 노력들도 일각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는 듯 하다.

전통장터의 이미지를 고수하려고만 하여 예전의 촌스러움과 옛스럽기만 한 무언가가 아니라, 오늘날의 젊은 세대들이 대형마트를 드나들 듯이 서로 한데 어우러져 전연령대가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어우러짐의 시장문화’가 필요하다. 이를 알기에 정부에서도 각종 시장브랜드화사업, 지역시장관광육성사업 등을 통해 함께 변모를 위해 노력하며 그 속도를 활발히 하고 있는 것일테다.

신매시장
대구 수성구의 전통시장인 신매시장의 골목장터의 모습. 판매하는 제품이 곧 가게의 이름이 되는 모습에서 전통시장의 브랜딩 현황이 엿보인다.

대구 수성구의 부엌이라고 불리는 전통시장 ‘신매시장’에 가면 소문난 맛집과 가게들이 정말 많다. 대구 5대 장터에 손꼽히는 이곳 신매시장의 장터골목을 따라서 둘러보면 오밀조밀 생선김치가게, 꽃게장가게, 삼각만두가게 등 한 번 맛보면 기억에 남지 않을 수 없는 전통있는 지역의 대표가게들이 수두룩하다. 시장의 묘미는 장터를 따라 둘러보고 비교하며 사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둘아보며 늘 아쉽다고 느끼는 점은 다시 지나온 길을 거슬러가 눈여겨 둔 가게를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차별성있게 인지할만한 비주얼마케팅 즉 ‘브랜딩’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브랜딩이란 그 가게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징을 경쟁력의 핵심가치로 표현하여 마케팅 수단으로써 활용성을 높이는 일이다. 따라서 브랜딩이 잘 된 가게는 한 눈에 봐도 다른 가게와 차별화되어 소비자들의 눈과 마음에 훨씬 더 효과적으로 오랫동안 인식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러한 브랜딩을 잘 활용한 시장가게도 골목에서 머지않는 곳에서 볼 수 있었다. 신매시장 장터길을 조금만 빠져나오면 길가에 자리잡은 젊은 사장님이 운영하는 농산물직거래상점이 있다. 그 가에는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하고 있어, 그냥 지나쳐가던 사람들의 발길까지 사로잡게 만드는 곳이다. 더구나 남녀노소 불문하고 가게를 붐비는 소비자들의 연령대층이 20대부터 70대로 보이는 것 할머니층까지 한 눈에 봐도 다양했다.

과연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풍성한 장터길이 펼쳐져 있는데도 이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이유는 무엇이였을까? 바로 가게의 브랜딩차이였다. 장터안에 맛집은 상호명조차 부각되지 않지만, 젊은 농부사장님이 운영하는 이 직거래농산물가게는 고유한 마스코트를 활용한 로고디자인부터 현대식 스타일의 조명이 접목되 소재의 입구간판이 눈에 띄게 예뻤고 내부를 이루는 인테리어 디자인 역시 본 가게만의 브랜드이미지가 잘 느껴지도록 색감과 상품진열 등을 통일성있게 제작해 놓은 모습이였다. 물론 기본적으로 가게의 상품들 자체가 가진 정직함과 맛 때문이겠지만.

필자를 포함한 젊은 세대들이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찾는 이유에도 아마 이러한 브랜딩에도 열쇠가 있을 것이다. 깔끔하고 멋진 내외관의 이미지와 체계가 갖추어진 브랜딩시스템이 소비자에게 문화적 삶의 퀄리와 만족감을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더 많은 고객과 젊은 층들이 전통재래시장의 매력을 느끼고 활성화할 수 있으려면 옛것의 가치를 오늘날의 방식으로 현대화하여 표현하는데에 있다.

물론 대형마트가 지닌 가치와 전통시장이 줄 수 있는 가치는 당연이 달라야 한다. 대형마트가 쇼핑 편리성과 가격만족의 가치라면, 재래시장은 그 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정겨운 문화체험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적 가치가 되어야 한다. ‘6차 산업’으로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농촌 방문 및 농촌 체험을 운영하여 새로운 농업계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여기저기서 대두되고 있다.

이에 전통시장의 브랜드디자인을 하는 것은 꼭 농촌지역에 가서만이 아니라 소상공인들이 오랫동안 이어온 시장가치를 어떻게 표현하고 보여주고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드느냐에 따라서 더 나은 문화와 새로운 교류의 장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 특색이 살아있고 믿을 수 있는 토산 농수산물과 고향의 아련한 추억과 정을 현대인들에게도, 젊은 세대에게도 활성화시켜 도시와 농업이 함께 미소지을 수 있는 공감의 다리가 탄탄히 형성되기를 기대해본다.

 
류지희<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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