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이 대표의 오만과 치기(稚氣)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 대표가 윤석열 후보보다 앞에 나서려고 하는 모습이 언론에 자주 비친다. 인터뷰, SNS(사회적 통신망)를 가리지 않고 의견을 쏟아낸다. 윤 후보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 언행도 절제 없이 내뱉기 일쑤다. 당 대표라면 외부로 노출할 것과 내부의 문제조정을 거쳐야 하는 것을 선별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일단 언론에 던져보는 스타일이다. 그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지는 것은 물론이다. 도대체 진중한 모습이 없다.
이 대표의 잠행도 그렇다. 이 대표는 윤 후보의 호남 동행에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불만을 공개 토로했다. 그리고 “윤 후보 측근에 있는 핵심 관계자들이 전횡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바로 ‘윤핵관’을 거론하며 공격에 나섰다. 이 대표는 대선 D-100일 SNS에 “여기까지”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잠행해버렸다.
세상에 당 대표가 몇몇 초선의원들과 대낮에 ‘소주 폭탄주’를 마시고 시쳇말로 ‘잠수’를 탈 수 있을까? 이른바 ‘이준석 리스크(위험)’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국민의힘이 난리가 났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젊은 당 대표가 없어졌으니 이보다 큰일이 어디 있겠는가. 순천과 부산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가 또 행방을 감췄다. 그 바쁜 윤 후보가 부랴부랴 울산에 내려가 어깨동무를 했다. 때마침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총괄선대위원장 수락으로 극적인 봉합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런데 어설프게 봉합한 실밥이 마침내 터지고 말았다. 선대위 회의 도중 조수진 공보단장이 이 대표에게 “윤 후보의 지시만 받겠다”는 말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대표는 “조 단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직을 내려놓겠다”했고, 조 단장이 사퇴했다. 하지만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선대위직’을 사퇴했다.
참 한심하다. 당 대표가 선대위에 문제가 있으면 후보와 담판 지어야 옳다. 걸핏하면 쪼르르 언론 인터뷰부터 해댄다. 게다가 내려놓으면 다 내려놓을 일이지, 당 대표직은 꼭 붙잡고 있다. 시쳇말로 “쪽팔린다.” 대선이 두 달여 남은 시점에서 당 대표가 선거를 방기(放棄)하고,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지방선거 공천 재미만 보겠다는 뜻일까? 그는 최근 어느 인터뷰에서 “대표가 자기정치 해야죠”하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공천시험’까지 도입하겠다던 이 대표는 어디 가고, 노회한 구태 정치인의 ‘되돌이표’가 되려 하는가.
문득 이 대표가 대표 되기 전 친구들과의 영상이 떠오른다. “유승민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다. 윤석열이 대통령 후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대표로 나설 것이고, 그가 대통령이 되면 지구를 떠나겠다”고 했던 녹화물이다. 제1야당의 대표가 되었으면 공인으로서 처신해야 한다. 이 말 때문에라도 언행을 더 조심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 대표의 거친 언행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이재명 후보는 영화 ‘다크나이트’에 나오는 ‘조커’이고, 윤 후보는 ‘고담시 경찰국장’”이라고 혹평했다. Jtbc 백 브리핑에서는 “윤 후보보다 내가 대통령 되는 게 좋죠”라 할 정도다. 대선이 코앞에 닥쳤는데 선대위를 뛰쳐나와 후보 험담을 늘어놓는 것이 당 대표의 자세인가. 후보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바지춤을 잡아당기는 격이다. 시중에는 “이 대표가 과연 국민의힘 대표가 맞느냐”며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준석 리스크가 회자(膾炙) 되는 이유다. 오죽했으면 국힘 초선의원들이 집단으로 성토하고 나섰을까?
이 대표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구실을 붙이지 말고 바로 선대위에 동참해야 한다. 이도 실기(失機)하면 미래가 없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을 대선 플랫폼으로 만들어 정권교체를 이루어내겠다”던 초심으로 돌아가는게 순리다. 더욱이 이번 대선은 좌·우 진영 간의 싸움으로 치닫고 있고, 누가 20~30대와 무당파, 중도층, 수도권 유권자를 잡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다. 그렇다면 마땅히 이 대표가 이들의 지지를 견인하여 정권교체를 이루어내는 선봉장이 되어야 한다.
이제 이 대표의 선택지는 딱 두 장이다. 윤 후보를 도와 정권교체를 이룰 것인가? 선거패배를 하더라도 지방선거 공천권에 입맛을 다실 것인가? 후자는 공멸일 뿐이다. 정권교체에 찬물을 끼얹는 이준석 리스크. 국민이 더 조마조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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