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나라경제의 위기와 신기업가정신
[박명호 경영칼럼] 나라경제의 위기와 신기업가정신
  • 승인 2022.06.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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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로 한동안 나라가 시끌벅적했다. 선거가 끝난 지금은 차분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때다. 물가, 환율, 가계부채, 국가채무, 글로벌 공급망 대란 등 소위 경제 5중고로 나라경제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비상한 위기상황에는 비상한 대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당면한 위기의 본질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우선이다. 정·재계가 지혜를 모아 올바른 대처 방안을 찾아내어 즉각 실행에 옮겨야 한다. 우리경제가 당면한 미증유의 위기에 혁신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한 순간도 지체하거나 시간을 낭비한다면 우리경제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할 수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한편으로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신기업가정신’ 실천 다짐이다. 지난 달 24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76명의 기업인이 기업선언문에 서명했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려면 기업이 그 역할을 새롭게 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5대 실천 명제로 혁신·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가치 제고, 외부 이해관계자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통한 윤리적 가치 제고, 조직 구성원이 보람을 느끼고 발전할 수 있는 기업문화 조성, 친환경 경영 실천, 지역사회 동반 성장 등을 약속했다.

첫 번째 명제를 실현하기 위해 삼성, 현대자동차, 롯데, 한화 등 4개 대기업 그룹이 앞장서서 3∼5년에 걸쳐 무려 600조 원에 가까운 초대형 국내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대기업들의 연이은 동참으로 10대 그룹이 향후 5년 내 총 1,055조 6천억 원을 투자하고, 38만 7천명을 채용할 계획을 밝혔다.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 국제경쟁력의 확보를 통해 우리 경제의 재도약과 사회의 역동성을 이끌어 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앞만 보고 가겠다. 숫자는 모르겠고 그냥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에 따르는 어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혁신과 성장을 결행하겠다는 기업가정신의 표명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세계 10위(명목 GNP기준)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고,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도 합류했다. 원조를 받던 국가가 이제는 원조를 하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지난 60여 년 동안 우리경제의 기적적인 발전의 바탕에는 기업가정신이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한마디로 산업화 초창기에 기업가정신을 발휘한 불세출의 기업인들 덕분이다. 삼성, 현대, LG, 대우, 두산 등을 창업한 기업가들의 빛나는 기업가정신이 없었다면 우리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은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면 된다’는 정신의 정주영 회장, ‘사업보국과 인재제일’로 도전적 정신을 강조한 이병철 회장, ‘세계경영’을 주창한 김우중 회장, ‘부끄러운 성공보다 좋은 실패’를 강조한 박두병 회장, ‘뚝심경영’의 구본무 회장, 그리고 ‘변화’를 기치로 내건 이건희 회장의 기업가정신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 우리경제의 기적은 이분들의 기업가정신과 우리 국민의 높은 교육 수준이 함께 어우러진 결과다. 하버드대학의 뚜웨이밍 교수가 주장한 전통적인 가족주의와 공동체주의 정신인 ‘신유교주의정신’의 직업윤리도 우리경제에 큰 역할을 했다.

IT기업 인포시스의 창립자인 나라야마 무르티는 기업가정신이 상상력, 꿈, 과단성, 희생정신, 열정을 펼쳐 사회에는 일자리를, 자신과 동료에게는 부를, 국가에는 번영을 창출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기업가정신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자 경제의 활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가정신의 현주소는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7월, 2019년도 한국의 기업가정신지수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37개국 중 27위로 하위권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부의 대물림, 교육에서의 창의성 봉쇄 및 다양성 불용, 학문 또는 기술 간 융합과 연계의 부족,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시각에서 비롯되었다.

우리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는 기업가정신을 회복하는 것이다. 기업가정신은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게 한다. 실패나 역경에 익숙하고, 장애를 기회로 여겨,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낸다. 실패한 발명품으로 초히트상품을 탄생시킨 3M의 포스트잇처럼, 기업가정신은 세상에 없던 뜻밖의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실현한다. 이렇듯 기업가정신은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의 말대로 ‘위험을 감수하고, 영역을 확장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가정신은 기업가만의 원맨쇼가 아니다. 정치권력과 국민 모두가 기업이 기죽지 않고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또 격려해주어야만 비로소 기업가정신은 꽃을 피운다.

“진정한 기업가정신이 유일한 21세기 생존전략”이라고 설파한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의 말이 새삼 실감나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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