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엿한 어슬녘 아마득한 중천 높이
저녁 하늘 가르며 철새 편대 지난다
우린 혹여 텃새일 듯싶지만 저들마냥 철새이다
내내 한곳에다 터를 잡고 살 듯
시멘트 둥지 틀고 새끼를 보듬지만
날 더 궂기 전 떠나야 할 나그네새
일가붙이 여럿 이미 한철 머물다
한발 앞서 가닿은 훗날의 외길, 북망
가창오리 쇠기러기 저리 날아 떠나지만
다만 우린 뉘든 눈 감기면 떠나게 될
불귀의 한 두름 도래지 저녁 철새
◇김병해=『서정시학』으로 등단, 미래서정 동인, 시집 <그대가 나를 다녀가네> (현대시학,2017)
<해설> 이 땅에 잠시 다니러 온 우리는 철새와 같은 처지라는 것을 시인은 말하고 싶은 것이다. 철새와 텃새의 차이를 확연하게 나타내어 주면서 언젠가 떠나게 될, 잠시 빌어 사는 이 땅에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게 하는 글을 읽으면서, 시인의 속내를 알게 된다. 마음 비우고, 더 이상의 깊은 관계맺기와, 복잡한 일을 만들지 말고 잠시 있다가 홀가분하게 떠나자는 비움의 속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을 배독하였다.
-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