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노아트갤러리 in 아트도서관, 이우석 개인전...재료 ‘점토’ 재발견에 표현·개념 등 확장
주노아트갤러리 in 아트도서관, 이우석 개인전...재료 ‘점토’ 재발견에 표현·개념 등 확장
  • 황인옥
  • 승인 2022.08.04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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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까지
어머니 유품 속 ‘지문’에 각인
개별적 인간 고유 정체성 사유
부조엔 지문 드러나지 않을 뿐
점토 마르면서 터지고 수축도
거친 질감이 오히려 자유로워
개별적 존재 모두 연결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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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석 작 ‘I am that I am Why not’

중견 미술 작가가 클레이(점토)를 자유자재로 주무르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어린아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재료인 점토를 미술재료로 재발견한 것은 몇 년 전이다. 새로운 작업에 목말라 있을 즈음에 눈에 들어왔지만 예술적인 완성도를 갖추는데 2~3년을 보냈다. 지난 3일 개막한 주노아트갤러리 in 아트도서관 개인전에 점토로 제작한 이우석 작가의 신작인 ‘I am that I am. Why not’ 연작을 확인할 수 있다.

작업은 말랑말랑한 점토 덩어리를 펴서 색을 칠한 캔버스 위에 툭 던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덩어리가 착상되면 손가락으로 얼굴 형상을 만들고, 코나 광대뼈 같은 도드라진 부분은 조각처럼 붙인다. 캔버스 위에 도드라진 얼굴형상은 평면과 조각의 중간지대에 위치한다. 작가는 이를 “부조”라고 분류했다. 그는 “클레이를 사용한 것은 몇 년 됐지만 부조로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작업 하면서 클레이라는 재료에 매료됐고, 작업하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다”며 신작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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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석 작 ‘I am that I am Be Do Have’

이우석 하면 지문을 떠올린다. 그만큼 지문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각인된다. 얼굴형상이나 파장을 떠올리는 회오리나 무지개 모양의 선에 수많은 지문들을 새겨 넣으며 지문을 강렬한 회화적 언어로 격상시켰다.   

지문 작업을 설명하려면 직전 작업인 낙서화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그는 살아오면서 줄곧 날카로운 사물이나 피를 보면 극도의 불안감을 느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이었고, 사유를 알기 위해 전생체험까지 하게 됐다. 그때 “가까운 사람에게 날카로운 것에 찔려죽는 전생”을 떠올렸고, 이후 ‘전생’은 그의 예술적 주제가 됐다.

지문은 ‘전생’의 확장된 버전이다. 계기는 작가의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어머니 사후 유품을 정리하던 중에 주민등록증을 발견하게 됐는데, 그 속에 찍힌 지문에서 어머니의 파장을 느꼈고 그는 통곡했다. 지문이 어머니의 영혼처럼 다가왔다. 이 경험으로 오직 한 사람만이 가진 지문의 형태에서 개별적 인간의 고유한 정체성에 대한 사유를 시작했다. “작업 초기에 시작한 전생이라는 주제가 윤회나 영원, 우주 등으로 사유의 지평을 확장하는 순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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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석 작 ‘I am that I am Why not’

 

신작에서 가장 큰 변화는 재료의 다양성이다. 물감과 점토, 모레를 기반으로 한 젤 스톤을 동시에 사용하며 평면에서 부조로 끌어올렸다. 재료가 변하면서 표현에도 거침이 없다. 점토로 부조를 만드는가 하면, 얼굴을 물감으로 그린 후 끌로 긁어내고 자국만 남기기도 하고, 모래의 거친 질감을 살린 젤 스톤을 바르고 나이프로 긁어내며 질감의 다양성을 만끽한다. "지문에 대한 표현이 재료의 확장을 통해 자유로워지면서 작품도 풍요로워졌고, 작업하는 저 자신도 더 행복해졌어요."

트레이드마크가 지문이데, 부조 작품에서 지문형상을 발견할 수 없다. 주제를 바꾼 것인지 의문을 표하자, 그는 “지문이 더 직설적으로 표현됐다”며 싱긋 웃었다. 말인즉슨 손으로 점토를 다듬는 과정에 자신의 지문이 알알이 찍힌다는 것. 단지 눈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얼굴이나 무지개 형상에 지문을 그려넣었던 전작이 은유적이라면 신작인 부조 연작은 더 직관적이 된 것이지요. 저의 고유한 주파수이자 진동이 직접 부조에 아로새겨졌으니까요.”

점토는 마르는 과정에 수축되기도 하고 터지기도 한다. 그는 그런 것까지 재미적인 요소로 받아들인다. 단정하게 다듬지 않은 얼굴 형상에서 친근함을 느끼는 것처럼 작품 속 거친 질감에서 자연스러움을 확보한다. 재료와 손이 만났을 때 느끼는 자유로움에 이끌려 점토에 매료됐지만, 마르는 과정에서 우연하게 얻어지는 거친 느낌에서 작가는 걸림 없이 살고픈 삶의  철학을 새삼 재인식한다. 

얼굴 형상은 부조지만 배경은 평면 회화다. 화면 속 배경은 선명한 얼굴 형상과 대비를 이룬다. 우주를 연상하는 고요한 색채와 표현법이 광활함으로 이끈다. 이전 작업에서 배경 을 회오리 모양이나 무지개모양 등 정형화된 형태로 표현했다면, 이번 신작에서는 불규칙적인 얼룩이나 비정형의 붓 터치를 통해 자유로움까지 확보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번에는 파장을 좀 자유롭게 표현해보려 했어요. 전생이나 영혼에서 우주로 확장한 거죠. 우주는 좀 더 광활하고 자유로운 파장들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젤 스톤이나 점토 등의 재료의 변화가 준 선물은 또 있다. 개념의 확장이다. 개별적인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에서 우주나 본질에 대한 사유로 확장했다. 하지만 그는 사유의 대상을 시기에 따라 바꾸는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하나의 사유로부터 시작하여 서로 연관성을 가지며 확장되기를 희망한다. 말하자면 사유의 지층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작업 초기에 천착했던 개별존재에 대한 예찬은 올곧게 가져간다. 여기에는 지문과 얼굴이 제각각이듯 개별 존재 또한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저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자기애로부터 인류애가 생겨나니까요." 

개별성과 함께 그가 주창하는 또 하나의 개념은 ‘연결성’이다. 하나에서 빅뱅을 통해 분리되어 개별성을 확보했지만, 결국 우주의 모든 존재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논리다. 그는 각자 고유의 개별성을 얼굴형상으로 표현하면서도 무지개나 회오리 또는 우주공간에 대한 표현 등으로 존재들의 연결성을 분명히 한다. 그 속내에는 공동체 평화에 대한 염원이 자리한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한다면 타인을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관계로 보지 않게 됩니다. 서로 의지하고 도와주는 관계로 바라보는 것이죠. 제 지문에는 그런 의미가 새겨져 있습니다.” 전시는 18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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