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경험 평가’ 종합병원급→병·의원 확대 두고 개원가 반발
‘환자 경험 평가’ 종합병원급→병·의원 확대 두고 개원가 반발
  • 조재천
  • 승인 2022.08.1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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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태도 평가라니, 지나치게 주관적”
“의사·환자간 신뢰 무너뜨려
부정적 평가에 큰 타격 예상
대외적으로 결과 공개보다
고평가 기관에 인센티브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환자 중심 의료 문화 확산을 위해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환자 경험 평가’를 시행해 왔다. 최근 이 평가 대상을 동네 병·의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개원가를 중심으로 반발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대구 지역 의료계에서는 객관성이 부족한 평가로 인해 의사와 환자 간 신뢰 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계에 따르면 환자 경험 평가는 지난 2017년부터 2년마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 하루 이상 입원 치료를 받은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제3차 환자 경험 평가 결과가 공개된 가운데 심평원은 이 평가를 동네 병·의원을 이용한 환자까지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두고 개원가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중소 병원과 의원이 자본과 인프라를 갖춘 대형 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형 병원의 경우 환자 경험 평가를 대비한 팀을 구성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지만, 동네 병·의원은 그럴 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평가 문항 일부가 객관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제3차 환자 경험 평가 설문지를 보면 환자 권리 보장 영역에는 ‘입원 기간 동안 다른 환자와 비교했을 때 공평한 대우를 받았습니까’라는 설문이, 의사 및 간호사 영역에는 ‘담당 의사·간호사는 귀하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어 대하였습니까’라는 설문이 포함됐다. 이러한 설문이 지나치게 주관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은 “의사나 간호사의 예의나 태도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객관적이지 않다. 이 같은 환자 경험 평가가 계속되면 결국 의사와 환자 사이 신뢰가 깨지게 된다”며 “의료는 신뢰 관계가 가장 중요하고, 신뢰도에 따라 의료 서비스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의사와 환자 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정책은 잘못된 정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관적인 설문으로 의사가 한두 명인 의원급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면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보다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물총을 고래가 맞느냐, 날파리가 맞느냐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며 “차라리 환자 경험 평가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기보다 좋은 평가를 받은 의료기관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의협)를 비롯해 대한내과의사회,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잇따라 성명을 내고 심평원의 환자 경험 평가 대상 확대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의협은 “정부가 나서 의료기관 서열화를 주도해 의료 환경을 왜곡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환자 경험 평가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재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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