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문101 김완 개인전
갤러리 문101 김완 개인전
  • 황인옥
  • 승인 2022.09.2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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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 세로로 쌓아 화면 구상
긴장감 느껴지는 단면 ‘인상적’
형상에 물감 올려 회화성 부각
2개 형식 아우르며 경계 해체
김완작-1
김완 작 ‘You & I’

 

김완작가
 

포장용 골판지를 일정한 넓이와 길이로 자른 후에 볼록하게 엠보싱 처리된 부분을 떼어내면 네 면이 직선인 평면만 남는다. 이 평면을 세로로 세우면 작가 김완(사진)의 전매특허인 투박하면서도 날카로운 선(線)을 만난다. 잘려진 직선들을 차곡차곡 쌓으면 직선의 대변신이 시작되고, 입체적인 면(面)이 조금씩 아우라를 드러낸다.

사각 틀 없이 골판지의 집적만으로 완결된 입체는 앞면과 뒷면, 윗면과 아랫면의 차이가 없어 분별이 사라진다. 어떻게 놓아도 완벽하게 작품이 된다. 이를테면 천하통일, 경계소멸인데, 김완 작가의 신작 ‘You & I’다. 잘려진 골판지 단면의 경직되고 긴장감 있는 잘려진 선(線)은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맨 그만의 선(線)이다.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문(MOON)101에서 그의 선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작업의 첫 출발은 캔버스의 사각 ‘틀’이었다. 사각 틀 속에 잘려진 골판지를 꽂고 색을 칠했다. 틀은 완전한 평면도 완전한 입체도 아닌 반입체로 이끌었다. 이번 신작에는 틀을 버리면서 완전한 입체로 대변신에 성공했다. 벽에 걸면 회화, 바닥에 놓으면 설치작품이 된다. 작품의 확장성이 무궁무진해 진 것이다.

틀 없이 알몸으로 맞서며 진일보한 세계를 열었지만 그는 “아직은 완결 상태는 아니”라고 했다. “실험적으로 새로운 시도했지만 아직 디테일에서 완벽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방향성은 맞게 잡은 것 같아 만족해요.”

전시장 바닥의 설치 작품이 입체로의 변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면이 골판지의 날카로운 선으로 구성된 높이 3m의 입체 작품이자, 그의 첫 설치작업이다. 틀을 버리면서 규모의 제약도 사라지고, 사방노출도 가능해졌다. 날카로운 선으로 사면을 구성해야 하는 작업의 특성상 기술적인 어려움도 없지 않았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극복했다. 재료에 대한 충분한 이해로 버려진 골판지를 명품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킨 전적이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그는 “이번 전시가 제 작업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일일이 손으로 골판지를 잘라 만드는 작업이라 힘들지만 작업의 확장성은 대단히 높아졌습니다.”

하고 많은 재료 중에 왜 골판지였을까? 골판지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문학적인 감수성이었다. 늦깎이로 대학을 졸업하고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어떤 작업을 할 것인가?”를 고민했을 때, 그의 눈에 띤 것이 골판지였다. 쓰임을 다하고 버려진 골판지에서 상처 입은 자신의 모습이 겹쳐졌던 것이다. 골판지를 칼로 잘라 직선을 만들었고, 윤기없는 날카로운 직선에서 그의 정체성이 비집고 나왔다.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었지만 늘 자신감이 떨어졌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당당하지 못했어요. 그런 저의 모습에서 남는 건 상처뿐이었죠. 빛이 바래고 뜯겨 나간 버려진 골판지가 마치 상처입은 저 같았어요.”

둔탁하고 날카로운 선들로 구축된 입체는 다분히 지적이다. 추상이 이끈 결실이다. 하지만 햇살이 지나는 자리에 따뜻함도 슬쩍슬쩍 묻어난다. 상처입은 작가의 실존이 남긴 흔적이다. 이성과 감정의 양립이며, 스스로를 경계에 위치시키고 얻은 효과다. 그는 본질과 실존의 경계에서 양가적 입장을 취하며, 빛과 어둠, 자연과 문명, 삶과 죽음, 평면과 입체, 정형과 해체를 아우른다.

“실존인 골판지가 아름다운 형과 깊이 있는 색채를 통해 아름다운 작품으로 재탄생되며 본질에 가까워지죠. 그러면서 빛과 어둠, 문명과 비문명, 삶과 죽음의 경계마저 사라지게 되죠.”

시각적인 전달 매체인 미술에서 색과 형상은 핵심 언어다. 작가 역시 이 점에 주목하고 색과 형태에 심혈을 기울인다. 단순한 집적에서 시작해 형태가 들어가기도 하고 튀어나오기도 했다. 색채 또한 다양함을 마다하지 않았다. 입체와 반입체의 형태를 취하지만 색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이 회화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디딤돌이 되어 주었다. 이번 전시에선 두 가지 형태와 색을 맞물리는 방식으로 작업을 전개했다. 전시 주제 ‘You & I’가 이런 형태와 색의 구성을 이끌었다. “너와 나에 대한 관계성의 저만의 조형성으로 보여주려 했어요.”

지금까지 상처, 빛, 역사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지만 대주제인 ‘경계’는 변함이 없다. 이번 전시 또한 ‘You & I’라는 새로운 소주제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자아와 타자, 그 관계성에 대한 형상화를 시도하며 경계에 대한 담론을 심화한다. ‘틀’을 제거할 때 만이 자아와 타자, 자아와 세계와의 경계를 해체할 수 있다는 논리다. “‘나’를 온전히 유지하지만, ‘나’를 개방함으로써 ‘너’를 향해 가는 것”이다. 대립된 가치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공존의 가능성과 모색한다. 전시는 27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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