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온의 민화이야기] 전세계 20여개 박물관에 김준근 풍속화만 1천500여점
[박승온의 민화이야기] 전세계 20여개 박물관에 김준근 풍속화만 1천500여점
  • 이상환
  • 승인 2022.09.2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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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 기원하는 절식 ‘송편’
원산 출신 19세기 민화작가
개항장에서 그림 그려 판매
외국인 여행기 삽화로 사용
세계에 조선 풍속 널리 알려
활달한 필선으로 순간 포착
독자님들 추석 잘 보내셨습니까?

100년 만에 가장 둥근 한가위 보름달이 떴는데 그것도 보셨습니까?

추석 달을 ‘수퍼 문(super moon)’이라고 하며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가장 가깝게 되는 날로서 다른 보름달보다 10% 정도 크게 보인다고 한다. 더군다나 올해 보름달은 해와 지구, 달이 일직선이 되는 시기와 추석이 딱 맞아 그 어느 해보다 크고 둥근달이라고 했다.

필자는 앞으로 남은 생애에 다시 볼 수 없는 둥근달이라 기어코 집밖을 나가달을 보고 소원도 빌고 카메라 줌을 당겨 인증샷도 남겼다.

추석이라는 명칭은 ‘중추지석(中秋之夕)’, 또는 추분에 달이 뜬 저녁(秋分夕月)의 줄임말로, 고려 시대부터 널리 사용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음력 8월 15일을 대표하는 단어로 사용하고 있다. 일설에서는 추석은 신라 중엽 이후 한자가 성행하게 된 뒤 중국인이 사용하던 중추(中秋)와 월석(夕)을 축약하여 추석이라고 되었다고 한다. 추석이라는 명칭에 달의 의미가 들어가 있으니 달구경 제대로 하는 그림을 찾아보자.
 

허필작산수도-국립중앙박물관
<그림1> 허필작 산수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허필(字 汝正, 號 烟客, 草禪, 舊濤)은 담배 피우기를 즐겨하여 호를 연객(煙客)으로 지었다고 한다. 말년에는 서울 성균관에 머물면서 진사가 되었는데, 시, 글씨, 그림에 모두 뛰어나서, 당시 성균관 유생들은 그가 그린 부채가 아니면 손에 잡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 그림은 달밤의 풍경과 정취를 전해주고 있다. 밝은 달빛, 밤하늘을 날고 있는 새, 피리 부는 이를 태우고 있는 배 한척이 그려져 있다. 은은한 피리 소리가 들려오는 듯 서정적인 분위기를 잘 살렸다. 바위에는 맑은 남색과 노란색을 칠하고, 대나무 숲은 연둣빛 색채를 넓게 칠해 전체적으로 산뜻한 느낌을 준다. 이처럼 색채를 옅고 담백하게 사용하는 채색 기법은 동시대의 화가 강세황의 작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바위를 묘사할 때 선이 굴절되는 부분에 강한 힘을 주어 굵고 힘 있게 표현하고 동시에 짧은 필선을 사용하여 세부를 묘사했는데 이는 허필의 후기 산수화의 특징이다.

우리 속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은 추석이 한 해 가운데서 가장 좋은 날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생각해봐도 추석 즈음은 기후 상으로 춥지도 덥지도 않고 습기 또한 적으며, 곡식이 여물기만을 기다리는 여유 있는 절기다. 거기다가 달까지 가장 밝은 날이니 추석날 밤의 달구경은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님들은 이 달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달 모양의 떡을 빚기도 했다.
 

김준근떡매질
<그림2> 김준근 떡매질. 비엔나민속박물관 제공

떡을 만드는 그림을 찾아보니 기산 김준근(箕山 金俊根) 의 풍속도가 있었다. 김준근은 19세기 원산 출신의 민화작가이며, 생애와 이력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다만 그가 19세기 말 부산, 원산 등의 개항장에서 풍속화를 그려 주로 서양인들에게 판매하였다는 사실만이 알려져 있다. 그 풍속화가 한국은 물론 독일·프랑스·영국·덴마크·네덜란드·오스트리아·러시아·미국·캐나다·일본 등 전 세계 20여 곳의 박물관에 1500여 점이 남아 있고, 당시 조선을 방문한 서양인들의 각종 여행기에 삽화로 사용되면서, 조선의 풍속을 세계에 널리 알린 화가가 되었다.

떡 매질하는 모습을 그린 이 그림에서 통나무 떡판(안반, 案盤) 앞 여인네가 떡을 고르고 두 장정이 떡을 친다. 모락모락 김이 오르며 구수한 쌀 향이 콧속으로 배어들 때 차진 떡이 맛깔나게 완성된다. 단 세 명의 합이 맞아야 방망이에 떡이 달라붙지 않고, 오래 내리쳐야 떡 속에 공기가 빠져 쫄깃한 식감이 살아난다. 쪼그려 앉아 연신 떡에 물을 뿌리며 뒤적이는 건 여인네 몫이고, 떡매질 정점에 오른 찰기가 손끝에 전해진다. 칠을 하지 않아서인지 활달한 필선이 더욱 도드라져 가만히 보고 있어도 그 순간이 포착되는 느낌이다.

외국인의 눈에도 떡 만드는 조선인의 모습이 생경스러웠나보다.
 

떡만드는 사람-국립민속 박물관
<그림3> 떡만드는 사람. 국립민속 박물관 제공

폴 자쿨레(Paul Jacoulet.1896~1960)가 제작한 다색목판화(木版畵)로서 그가 조선에 있을‹š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상의를 벗고 떡을 반죽하는 남자가 묘사되어 있다. 우측 하단에 작품명 ‘LE PATISSIER’, 인쇄 정보, 작가 서명이 적혀 있고, 꽃 모양 인장이 찍혀 있다. 좌측 하단에는 연필로 ‘143’이 적혀있는데 이것은 판화를 찍은 순서라고 할 수 있다. 좌측 하단에 위조 방지를 위해 빛을 비추어야만 보이는 작가 서명 ‘JP 若禮’가 있다. 좌측 하단에 에디션(edition)과 인장이 찍혀 있다.

추석의 대표적인 절식으로 송편을 빼놓을 수가 없다. 송편 속에는 콩·팥·밤·대추 등을 넣는데, 모두 햇것으로 한다. 송편은 한자로는 송편(松?),송병(松餠), 송엽병(松葉餠), 송엽협병(松葉夾餠), 엽자발(葉子?) 등으로 적으며, <한도십영(漢都十詠)>을 쓴 서거정(徐居正1420~1488)은 추석 달의 모습을 ‘황금병(黃金餠)’으로 표현 하였다. <도문대작>에는 송편을 가리키는 ‘송병(松餠)’ 명칭이 보이고, 1680년경(숙종) 발행된 저자미상의 음식 책인 요록(要錄)에는 ‘멥쌀가루로 떡을 빚고 솔잎을 켜켜 놓아 쪄서 물에 씻어낸다‘고 송편 만드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송편과 관련된 기록을 찾아보니 이문건(李文健 1494~1567)의 일기에 보면 송편을 3월 3일(삼짓날)의 명절 음식으로 기록했다. 아마 이때는 평소에도 먹고 다른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음식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현재와 같이 송편이 대표적 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은 18세기 무렵인 듯하다.

한국의 송편은 중국의 둥근 월병과 달리 반달 모양이다. 이는 반달이 성장과 발전을 뜻하는 의미로 보았으며, 민간에서도 만월은 점차 기울지만, 반월을 점차 충만해진다고 본 것이다. 또 한편에서는 송편에 대해 속이 꽉 차고 또 그만큼 크게 맺히기를 기대하는 주술적 심리에서 발원한 볍씨의 형상으로 보기도 하였다. 즉, 송편 피는 쌀겨, 고물은 쌀알이며, 고물을 넣을 때 가능한 꾹꾹 눌러 속을 곽 채우는 것은 벼가 알알이 속이 가득 차서 여물기를 기대하는 심성이 송편 모습에 그대로 실린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송편은 풍년기원의 주술적 절식으로 보았다. 그런데 햅쌀을 둥글게 만들고, 그 다음 가운데 홈을 내서 그 안에 콩이나 팥 등의 곡물을 채워 다시 접어 만드는 송편의 과정은 곡물을 갈무리하는 섬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추수를 앞두고 들녘에 익어가는 노란 벼 이삭이 송편처럼 크고 속이 꽉 차게 되면 풍년을 구가하게 될 것이다. 추석이라는 명저를 주수를 앞둔 풍년예축제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송편은 풍농기원의 주술적 인 절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추석에는 졸지에 얻어먹은 모시잎 송편이 뜻밖의 맛으로 추석 상이 풍성했었다.

100년 만에 가장 둥글고 큰 보름달 아래서 모든 이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며 송편 한 조각 입에 가듯 넣고 우물거리니... 추석의 맛은 여전했다.

박승온ㆍ사단법인 한국현대민화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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