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과거·현재 넘나들며 찬란한 삶을 노래하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과거·현재 넘나들며 찬란한 삶을 노래하다
  • 김민주
  • 승인 2022.09.2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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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선고 받은 아내 ‘세연’
아쉽고 후회가득한 감정 안고
젊은시절 첫사랑 찾으러 떠나
밝고 유쾌한 이별 ‘웰다잉’ 추구
관객에 행복했던 지난 날 선물
뮤지컬 영화 시발점 기대감
한국 첫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
신중현 ‘미인’ 이적 ‘다행이다’ 등
세대불문 인기곡으로 추억 자극
영화'인생은아름다워'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국내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가 탄생했다. 한국판 ‘라라랜드’란 단어로 영화를 설명하기엔, 이 영화 속에는 한국인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K-감성이 가득하다. 한국인의 DNA에 흐르는 음악이 우리를 웃기고 울린다. 흐르는 음악과 눈물, 그리고 인생. 삼박자가 잘 어우러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우린 속절없이 빠져든다.

헌신적인 엄마이자 아내로 살아가는 ‘세연’(염정아)은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버스를 탔다 병원 예약 시간에 늦는다. 병원에서 기다리던 세연의 남편 ‘진봉’(류승룡)은 결국 혼자 세연의 건강검진 결과를 듣게 된다. 의사는 담담하게 말한다. 세연에게 살 날은 딱 두 달, 아니 그보다도 적게 남았다고.

하지만 진봉은 세연이 폐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고도 위로를 하기는커녕 더 윽박지른다. 첫째 ‘서진’(하현상)의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두 아이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한다. 세연은 남편과 자식들이 우선이었던 지난 삶을 돌아보며 ‘자신을 좀 더 챙기고, 구질구질하게 살지 말걸’ 하는 후회가 앞선다.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들을 정리하던 세연은 못 해본 것들만 생각나니 서럽고 억울하다. 새삼스레 자신만을 아껴주던 첫사랑이 떠오른다.

죽음이라는 두려운 운명 앞에 놓였지만 누구에게도 위안을 얻지 못한 세연은 결국 그리운 첫사랑 ‘정우’(옹성우)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정우를 찾아 무작정 떠난다는 세연을 보다 못한 진봉은 마지못해 함께 떠나기로 결심한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한국 최초로 시도된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이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오리지널 넘버가 아닌 인기 있던 옛날 노래들을 사용해 영화를 전개하는 방식으로 ‘맘마미아’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을 관통한 대중가요들을 엄선해 국내 관객에게 다소 생소한 뮤지컬 장르를 친숙하게 접근하고자 했다.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 ‘조조할인’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신중현의 ‘미인’,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다행이다’, 유희열의 ‘뜨거운 안녕’ 등 세대를 불문한 명곡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관객의 추억을 자극한다.

음악은 영화의 메시지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시너지로 작용한다. 음악과 함께 배우들의 표정, 눈빛, 대사가 모두 섞여 청각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전달되어 보다 내면의 깊숙한 곳으로 와닿는다.

가끔 우리는 차마 언어로 전하지 못한 말이나 감정을 마음속에만 담아두는 경우가 있다. 영화 속 세연과 진봉도 마찬가지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이처럼 말로 다 풀어낼 수 없었던 마음속의 말과 감정을 ‘음악’이라는 또 다른 언어로 전달하고, 이를 통해 우리가 진심을 전달하는 방식에는 또 다른 수단들이 존재함을 알려준다.

작품을 위해 보컬 트레이닝을 1년간 받았다고 할 정도로 연습에 박차를 가했던 류승룡과 염정아는 서툴지만 감정을 가득 담아 노래로 대사를 전달한다. 뻔할 수 있는 스토리라인에도 두 배우의 노래와 열연은 볼거리를 풍족하게 만든다. 특히 진봉과 세연의 첫 데이트 장소인 서울극장 앞에서 이문세의 ‘조조할인’을 부르는 장면은 로맨틱하면서도 풋풋한 설렘을 자극한다.

세연의 첫사랑으로 등장했던 옹성우도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박세완(어린 세연)과 함께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을 귀여운 안무와 함께 연기한 장면은 쑥스러워 볼이 불그레 해지지만 떠오르기만 해도 절로 웃음이 나는 옛 학창 시절의 추억하게 한다.

여기에 첫째 아들 역의 밴드 호피폴라 보컬 하현상의 재발견도 빼놓을 수 없다. 엄마의 시한부 이야기를 담담히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한 그의 짙은 감성은 첫 연기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왔다.

사실 영화가 러닝타임 동안 전달하는 메시지는 ‘웰다잉(well-dying)’이다. 오열과 슬픔이 가득한 죽음이 아닌, 웃음과 행복이 가득한 추억을 안고 밝고 유쾌하게 이별하자는 주제 의식이 담겨있다. 영화는 말릴수록 색이 짙어지는 은행잎처럼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시간을 잊지 말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관객에게 선물하고자 했다. 짠하고 슬프지만, 그럼에도 돌이켜보면 아름다웠던, 삶의 끝자락에서 부르는 ‘뜨거운 안녕’ 같은 영화다.

극장을 나와서도 여운이 가득하다. 뮤지컬 장르 영화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에 ‘1호 뮤지컬 영화’가 탄생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남다르다. 단순히 흥행을 논하기 앞서 “뮤지컬 영화의 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류승룡의 바람에 공감한다.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노래는 공감에 큰 역할을 했다. 음악을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상상의 세계로 활용한 영화에 많은 사람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함께 즐겨보길 바란다.

김민주기자 k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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