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싱포골드’, 합창에서 배우는 대화의 기술
[데스크칼럼] ‘싱포골드’, 합창에서 배우는 대화의 기술
  • 승인 2022.11.1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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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뉴미디어부장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홍수다. 채널만 다를뿐 비슷비슷한 포맷의 방송이 넘쳐난다. 방송하는지도 모르고 끝나버리는 프로그램도 많다.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에 마음이 무거워져서 애꿎은 TV채널만 이리저리 돌리던 중, 한 프로그램에 눈길이 머물렀다. 또 그렇고 그런 오디션 프로그램인가 했는데 지금껏 보던 프로그램과는 좀 다르게 느껴졌다. 일단 꽤 많은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른다. 호기심에 잠시 무대에 집중한다. 국내 최초의 퍼포먼스 합창배틀이라는 ‘싱포골드’다. 우리가 흔히 합창하면 떠올리게 되는 단순한 무대와는 달리 노래에 퍼포먼스가 더해져 듣는 것을 뛰어넘어 보는 즐거움까지 준다. 그렇지만 근본은 역시나 목소리의 힘, 목소리가 주는 감동이다. 시청률이 2%대에서 왔다갔다하는 터라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이 그렇듯이 재방송도 보기가 쉽지 않다.

‘싱포골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함께’보다 ‘혼자’가 더 익숙해진 시기에 다시 누구와 무언가를 함께 할 수 있을거라는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됐다. 흔히 봐왔던 정적인 합창을 뛰어넘어 아름다운 노래에 화려한 퍼포먼스 쇼를 더한, 한국을 대표할 ‘K-합창단’을 뽑는 이 프로그램은 모집공고를 낸지 두달여만에 전국 각지에서 112팀 3,126명이 지원을 했다고 한다. 지원자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7살부터 75세까지, 중고거래앱을 통해 멤버를 모집한 팀, 10년이상 함께 호흡을 맞춰온 팀, 이미 세계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쇼콰이어팀, 성악전공자부터 실용음악전공자, 노래를 사랑하는 주부, 의대교수, 퇴직회사원 등 나이도 직업도 경력도 다양하다. 경력단절 소프라노, 코로나로 설 무대가 없어진 공연예술가들도 새로운 꿈을 꾸며 무대에 선다.

무대에 오른 이들은 모두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있다.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익숙한 이도 있겠지만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살아가던 이에게는 이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지역 예선을 거친 팀들은 최종 우승을 향한 경연을 펼친다. 우승팀은 한국대표로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합창대회에 나가게 된다.

‘싱포골드’에서는 한 팀에 20명 가까이 되는 멤버들이 무대에 오른다. 여느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달리 한 사람의 스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팀으로 평가를 받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합창을 잘하기 위해서는 혼자만 목소리를 높여서는 안된다. 능력이 출중한 솔리스트가 모인다고 해서 좋은 화음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파트를 부르면서 다른 사람의 소리도 잘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듣는다고 자기 목소리를 줄여서도 안된다. 모두가 함께 잘 어우러질 때 빛이 난다. 그렇다고 모두가 똑같이 한 목소리를 내도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한다. 자기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소리에도 귀기울일 때 좋은 화음이 완성된다. 출연자 중 한명은 합창을 이렇게 표현했다. “잘하는 사람이 모여서 더 잘하는 것보다 모난돌 같은 사람이 모여서 퍼즐을 맞춰가는 것”이라고.

이는 합창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사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어찌된 일인지 요즘은 저마다 자기의 이야기만 큰 소리로 떠들어댄다. ‘내가 하는 모든 것은 옳고 다른 사람이 하는 모든 것은 다 틀렸다’며 다른 사람 이야기는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몇 년 전 국내 한 의과대학에서는 합창수업을 전공필수과목으로 지정을 했다. ‘의대 수업에 웬 합창? 그것도 전공필수과목이라니?’ 생뚱맞아 보이지만 그 의도를 듣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지게 된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의사 개인의 실력도 중요하겠지만 수많은 사람과의 팀워크가 필수적이다. 이런 협업을 가르치기 위해 합창을 전공필수과목으로 지정해 공감과 소통 능력을 키운다고 한다.

모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정치인들을 위한 합창수업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그래도 자기 목소리만 높이며 불협화음을 만들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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