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구논단] 내년 총선을 앞두고
  • 승인 2023.04.2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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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대기자·전북대 초빙교수
우리나라가 일제의 강점을 벗어나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지도 어언 75년이 되었다. 조선왕조 시대는 일본의 억압으로 자연스럽게 소멸되고 독립을 열망하는 선열들이 뭉쳐 임시정부를 세웠기에 광복과 함께 우리의 정체(政體)는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여 공화국으로 출발한다. 다만 불행하게도 하나였던 한반도를 미쏘가 분할 점령하는 통에 38선을 그어 북쪽은 공산당 정권이 차지하고 남쪽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다. 남한에서는 제헌 국회를 비롯하여 벌써 20기가 넘는 국회를 구성해 왔다. 우리 국회는 국민의 뜻과 다르게 정권을 잡은 통치자의 마음먹기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의 굴곡으로 얼룩져왔다. 4·19혁명으로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렸지만 1년 만에 박정희가 이끄는 군홧발에 짓밟혀 오랜 세월 군사독재에 신음하는 처지로 변질되기도 했다. 유신으로 국회가 해산되기도 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유정회 국회의원이란 유령도 생겼다.

그러나 국회는 형식상 국민의 대변자를 자처하며 무럭무럭 커졌다. 특히 오랜 군사독재를 물리치고 민주화를 성취한 1987체제 이후에는 국회의 힘은 막강해졌고 그들에 대한 예우는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특혜로 가득 차 있다. 그러다보니 정치 지망생은 늘어만 가고 당선을 목표로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는 구도가 되었다.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정치의 최종목표라고 하지만 정치인 개개인은 자신의 국회입성이 첫째다. 이런 구도 하에서 국회에 진입하는 가장 첫 번째 관문은 소속정당의 공천을 받는 일이다. 아무리 날고기는 재주가 있더라도 자기 정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면 자칫 낙선의 고배를 마시게 된다. 이를 이겨내고 무소속으로 방향을 틀어 당선하는 수도 있지만 매우 드문 사례다. 그러기에 공천권을 행사하는 최고의 실력자인 당대표가 되기 위해서 무리한 정치행각을 벌이는 정치지도자들이 수없이 많다.

지금 여야로 나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오랜 맞상대를 이어오면서 누가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갈려 왔다. 요즘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민주당의 송영길 전 대표의 2021년 당대표 경선에서 막대한 자금을 살포했다는 혐의가 두드러져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이재명대표는 ‘개딸’들의 눈부신 성원에 힘입어 이낙연을 누르고 당대표가 되었지만 대장동과 백현동의 검은돈문제가 어떻게 매듭짓느냐에 따라 정치생명이 오갈 것이다.

여당의 당대표는 김기현과 안철수의 팽팽한 싸움으로 점쳐졌지만 윤핵관의 막강함이 확인되었을 뿐이다. 양당의 체제는 특별한 사건이 생기지 않는 한 현 체제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크다. 호사가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집권여당의 지지율이 너무 낮게 나오는 통에 지레 짐작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1년이 남아있기에 섣부른 예측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정치권이 정비해야 할 것은 선거법의 정리다.

국회의원선거법은 경쟁하고 있는 여야가 협상을 통해서 합의하는 것이 통례다. 그런데 지난번 선거 때는 집권당 민주당의 이해타산에 따라 주물럭과 비빔밥이 혼용되어 엉망진창으로 전락했다. 이른바 준연동비례라는 경천동지의 꼼수를 내놓은 것이다. 공수처법 등 민주당의 입맛에 맞는 법률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정의당을 유인하여 만든 법이다. 이에 맞대응하는 야당이 위성정당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자 준연동비례 의석을 모두 빼앗기게 된 민주당이 정의당과의 약속을 차버리고 여당 위성정당을 창당하여 뒤죽박죽으로 정치를 끌고간 것이다. 이를 고치지 않고 그대로 몰고 가면 내년총선에서도 준연동비례대표가 다수 나오게 된다. 한번 잘못을 저지른 것이 두고두고 나라의 위신과 국민의 자존심을 허물어버리고 말지 않겠는가. 여야는 아직 시간이 넉넉할 때 졸속 선거법을 올바르게 개정하여 민주주의의 기본이나마 지켜냈다는 자부심을 갖게끔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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