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 단단한 편견 깨부순 환상적인 흑인 인어
인어공주, 단단한 편견 깨부순 환상적인 흑인 인어
  • 김민주
  • 승인 2023.05.2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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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력 짙은 노래 실력으로
캐스팅 논란 가볍게 잠재워
독립적인 현대 여성상 반영
심해같은 수중 그래픽 압권
원작 충실하면서 주제 강화
더빙판 뉴진스 다니엘 참여
영화-인어공주3
영화 ‘인어공주’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언더 더 씨(under the sea)~ 언더 더 씨(under the sea)~’

월트 디즈니 공주 시리즈 중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는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를 떠올리면 귓가에 맴돌 수밖에 없는 이 곡의 새로운 버전을 34년 만에 영화관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미녀와 야수’에 이어 ‘인어공주’도 실사판 뮤지컬 영화로 재탄생하며 애니메이션 속 다양한 비주얼들을 실사로 그려내 다시금 동심을 이끌어 낼 준비를 마쳤다.

바다신 트라이튼(하비에르 바르뎀)의 딸들은 상체는 인간, 하체는 물고기인 인어다. 여섯 언니들은 ‘바다 밖으로 나가지 말라’ ‘인간과 마주치지 말라’는 아버지의 규칙을 잘 따르지만 막내딸 에리얼(할리 베일리)은 다르다. 그는 인간 세계에 대한 동경과 그곳에 속하고 싶은 갈망을 느낀다.

물속에 잠긴 난파선은 에리얼의 놀이터다. 에리얼은 부서진 배를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몰래 물 밖으로 나가 인간을 구경하기도 한다. 다리로 걷는 건, 뛰는 건 어떤 걸까. 춤을 추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 종일 바다를 헤엄치는 에리얼에게 수영은 이제 조금 지겨운 일이다.

에릭 왕자(조나 하우어 킹)도 바깥세상을 탐험하고 싶다. 그는 카리브해에 있는 한 섬 왕국의 왕자다. 성안에 고립되지 않고 바다를 항해하고 싶다. 그는 바다가 자신을 부르는 것 같다고 말한다. 몰래 에릭의 배를 구경하던 에리얼은 그가 자신과 같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느낀다. 배가 암초에 부딪쳐 에릭이 바다에 빠지자 에리얼은 그를 구해주고 인간 세상을 향한 동경심을 더 크게 키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트라이튼은 에리얼을 크게 꾸짖는다. 절망한 에리얼은 바다 마녀 울슐라(멜리사 맥카시)에게 찾아간다. 울슐라는 에리얼의 목소리를 빼앗고 인간의 다리를 내준다. 사흘 안에 에릭 왕자와 진실한 사랑의 키스를 하면 에리얼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실패하면 울슐라의 소유물이 돼야 한다.

지난 24일 디즈니 실사 뮤지컬 영화 ‘인어공주’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전반적인 내용은 안데르센 동화 원작이 아닌 디즈니판 ‘인어공주’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를 대부분 그대로 따라간다. 바다 속에서 인간이 사는 육지로 나가는 꿈을 꾸던 에리얼은 영화의 대표 OST 노래 두 곡처럼 ‘언더 더 씨’(Under the Sea)에서 ‘저 곳으로’(Part of Your World) 가서 사랑을 찾는다.

실사판 ‘인어공주’의 압권은 실제 바닷속을 헤엄치는 듯한 화려한 수중 그래픽이다. 에리얼과 물고기 친구 ‘플라운더’가 상어와 추격전을 벌이는 첫 장면부터 에리얼이 바다 속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땐 함께 심해를 구경하는 기분이 들 정도다. 아름다운 바다 왕국을 표현하며 바다의 다채로운 모습을 황홀한 영상미로 스크린에 실감나게 구현했다.

영화 ‘인어공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연 주인공 에리얼이다. 2019년 에리얼 역에 흑인 가수 겸 배우 할리 베일리가 낙점된 직후부터, 애니메이션 속 빨간 머리에 하얀 피부의 에리얼을 기대했던 원작 팬들은 SNS에서 ‘내가 알던 에리얼이 아니다’(#Not my ariel) 해시태그 운동까지 펼치며 캐스팅에 반발해왔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에리얼을 할리 베일리에게 맡긴 제작진의 결정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디즈니는 2023년에 걸맞은 실사화 ‘인어공주’를 구상하면서 에리얼의 정체성으로 ‘목소리’를 가장 우선한 것으로 보인다.

라푼젤의 긴 머리가 이야기 진행에 필수불가결한 핵심 정체성인 것처럼, 에리얼은 사람을 홀릴 만큼 매혹적인 목소리, 마녀가 뺏고 싶을 만큼 탐나는 목소리가 캐릭터를 구성하는 핵심이다. 영화 속 할리 베일리는 육지로 가고픈 열망을 담아 부르는 영화의 주제곡 ‘파트 오브 유어 월드(Part of Your World)’에서 특유의 호소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전율을 일으키며 스스로 캐스팅을 납득시킨다.

오히려, 우리가 알던 에리얼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애니메이션의 추억과 함께 한층 확장된 ‘인어공주’를 만날 수 있었다. 인어공주가 과거에 비해 훨씬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나온 점도 현대 여성상을 반영한 시도로 풀이된다. 애니메이션의 에리얼은 주변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영화 속 에리얼은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영화의 주제는 더 또렷해졌다. 편견과 선입견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를 사랑과 이해, 문화의 융합으로 해결한다. 흑인 인어공주를 보며 편견에 휩싸였던 관객들에게 “이렇게 훌륭히 해결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바다 왕 ‘트라이튼’ 역을 맡은 하비에르 바르뎀과 마녀 ‘울슐라’ 역을 맡은 멜리사 맥카시는 묵직한 존재감으로 ‘인어공주’의 기둥처럼 든든하게 중심을 잡는다. 특히 에리얼과 계약을 맺기 위해 그를 꼬여내 압박하고 윽박지르는 울슐라는 완벽한 바다 마녀로 관객을 휘어잡는다.

국적을 초월하고 어린이는 물론, ‘어른이’들이 더 애정 하는 캐릭터 ‘인어공주’. 원작에 충실했지만 세상에 발맞춰 변화했으니 걱정은 우선 넣어 두고 환상적인 바닷속으로 떠나보자. 인어공주 애리얼이 단단한 편견을 뚫고 아름다운 노래로 관객들을 홀릴 것이다. 한국어 더빙에는 걸그룹 뉴진스의 멤버 다니엘이 에리얼로 참여해 순수한 목소리와 노래를 들려준다. IMAX, 4DX, 돌비 시네마 등 각종 특별관 관람을 추천한다.

김민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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