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잘 산다는 것의 의미
[달구벌아침] 잘 산다는 것의 의미
  • 승인 2023.05.3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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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 소장
‘잘 산다’는 것은 나 자신을 잘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끝을 맺는다. 결국 잘 살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한때 웰빙이란 말이 유행했었다. 한마디로 ‘잘 살자’ 운동이었다. 그런데 잘 산다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기준을 세울 때, 대표적인 사람, 즉 유명한 사람의 삶을 기준 삼으려 했었던 적이 있었다. 유명한 사람이 TV에 나와서 잠은 어떻게 자고, 먹는 것은 어떻게 하고, 일은 어떻게 하고 등의 방식으로 삶을 보여주면 사람들은 ‘저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유명인의 삶처럼 살려고 흉내 냈었다. 그 결과 채식(菜食) 바람이 불었고, 소식(小食) 바람이 불기도 했다.

하지만 잘 산다는 것은 그 사람이 그 사람답게, 그 사람으로 살아갈 때 잘 사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각자마다 ‘잘’의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밥을 먹는다고 했을 때 ‘잘 먹었다’라고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기준에서 잘 먹은 것이다. 온통 채소들로 가득한 밥상을 먹으며, 마치 스님들이 먹는 식사를 먹고, 육류 하나 없는 식사를 하고 난 뒤 ‘참 잘 먹었다’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그렇게 먹으면 정말 제대로 먹은 거 같지도 않고, 만약 대접을 받는 식사 자리라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듯해서 섭섭한 마음이 드는 사람도 있다. 후자의 경우 그 사람은 육류를 좋아해서 고기를 맘껏 적당량 실컷 먹었을 때 그는 ‘참 잘 먹었다’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라도에서는 잔칫날 홍어가 빠지면 그것은 제대로 된 음식 차림이 아니라고 한다. 홍어 없는 잔치상은 한마디로 손님 대접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된다. 반면에 경상도의 잔치상에서는 문어나 혹은 돔배기(상어고기)를 잔치 상에 올려야 손님을 제대로 잘 대접했다고 한다. 누군가는 8시간을 자고 일어나야 ‘잘 잤다’라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8시간을 자면 몸이 더 피곤하고 ‘찌뿌둥’하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4시간이나, 6시간 자는 것을 최적의 취침 시간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자고 일어나면 몸이 개운하고, 컨디션도 좋다고 한다. 이렇듯 누군가에게는 8시간이 잘 잔 시간이고, 누군가에게는 4시간이 잘 잔 시간이 된다. 또한 누군가 여행을 한다고 했을 때, 이번 여행 ‘참 좋았어. 참 잘 다녀왔다’라고 얘기할 때 어떤 사람은 편안하게 좋은 호텔에서 짜인 순서와 계획대로 다녀온 것을 좋은 여행이었다. 여행 잘 다녀왔다고 할 것이고, 반대로 누군가는 짜여있지 않은 무계획의 시간 속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건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낯선 음식과 독특한 경험들을 통해서 좌충우돌하면서 다닌 여행을 ‘좋은 여행, 잘 다녀온 여행’이라고 한다. 즉, 한마디로 고생하면서 보낸 여행을 보고, 그는 ‘여행 잘하고 왔다’라고 말한다.

이렇듯 사람마다 ‘잘’의 의미가 모두 다르다. 그래서 ‘잘 산다는 것’은, 즉 내가 인생을 멋지게 산다는 것은 이렇게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떨 때 가장 기능을 잘하고 못하는지? 그리고 어떨 때 힘이 나고, 어떨 때 과장 힘이 빠지는지를 아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 그것이 잘 사는 비결이다.

자 이제 우리도 잘 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잘 살아봐야겠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자신을 아는 일이다. 나는 누구이며, 나는 어떠한 것에 관심이 가고, 어떠한 것에 화가 나고, 어떠한 것에 상처를 받고, 힘을 얻는 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내가 나처럼 살아갈 때 우리는 한 번 살아가는 이 삶을 끝내는 마지막 날에 ‘잘 살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무 늘보는 가만히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때 자기 다운 삶을 사는 것일 테고, 그래서 행복한 삶이라 할 수 있고, 긴 팔 원숭이는 이 나무, 저 나무 옮겨 다니며 신나게 까불 때 가장 자기 다운 삶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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