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예술발전소 ‘라운드테이블’-‘예술가들의 기술적 시도’ 주제
대구예술발전소 ‘라운드테이블’-‘예술가들의 기술적 시도’ 주제
  • 황인옥
  • 승인 2023.12.2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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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예술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필수적 도구”
표현 도구이자 관객 소통 통로
예술가 습득·활용 수준이 문제
전문가 섭외·협업·비용 등 애로
신기술 빠른속도 따라가기 한계
기술교육 등 공공 자원 운영 필요
고가 장비도 예술가에겐 큰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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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예술발전소 라운드 테이블 진행 모습. 대구예술발전소 제공

예술가는 인간의 마음 상태를 탐구하는 사람들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마음 작용들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세상과 소통한다. 이때 추상적인 사유는 물성을 통해 시각적으로 구체화된다. 고차원의 예술이 보다 낮은 차원의 기술에 기댈 때 소통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인류가 가공한 물성들은 기술에 의해 세련화 된 것들이다. 예컨대 초기 미술의 경우 종이나 캔버스, 물감이나 붓 등의 재료 역시 기술의 산물이었다. 고도화된 21세기에는 고전적인 재료를 넘어 무엇이든 미술의 재료가 되는 시대를 열었다. 기술이 아날로그뿐만 아니라 디지털 매체까지 예술의 영역으로 아우르며 예술의 탈장르·탈경계 시대를 열었다. 그 일등공신으로 기술이 꼽힌다. 예술가들은 기술을 활용하며 예술의 지평을 넓히려는 시도를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2시 대구예술발전소 2층 만권당에서 개최된 동시대 문화예술 생태계와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대구예술발전소 기획 ‘라운드테이블’의 주제는 ‘예술가들의 기술적 시도’였다. 특히 신기술과 함께 성장한 젊은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젊은 예술가 4인을 초대해 예술과 기술이 어떻게 융합하며 진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날 라운드 테이블에선 본보 기자를 좌장으로 박지수 프리랜서 작곡가, 김채연 미디어아티스트이자 시각디자이너, 김시흔 시각예술가, 김성원 시각예술가 등 4명의 패널이 함께 소통했다. 이들 예술가들은 VR, AD 프린팅, 애니메이션, 영상 등의 기술을 예술과 접목하고 있다. 이날 참여 예술가들은 기술의 발달과 예술가들의 작업 방식 변화와 기술의 발달에 적응 및 살아남기 위한 예술가들의 대비책과 노력, 기술을 활용하는 예술가들을 원활하게 지원하기 위한 재단 및 전문기관의 지원 방안 등에 대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펼쳐냈다.

먼저 “기술이 예술에 미치는 영향”을 첫 질문으로 던졌다. 이에 대해 예술가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했다. 기술이 예술가에게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펼치기 위한 필수 도구로 작용하고, 감상자와의 관계에선 원활한 소통을 위한 전략으로 인식했다. 작곡한 음악을 3D 영상과 접목하고 있는 박지수는 “기술은 예술에 새로운 영감과 자극을 부여한다”며 “기술이야말로 예술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데 필수적인 도구”라고 언급했다.

드로잉과 애니매이션을 접목하는 김채연은 감상자와의 소통에 기술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 19 팬데믹을 겪으며 메타버스를 활용한 전시가 각광을 받은 것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아날로그적인 전시가 어려운 코로나 기간 동안 디지털 공간에서의 전시가 대안이 됐다”며 “기술은 예술의 다양한 표현 방식을 위한 도구이자 관객과의 유연한 소통을 위한 통로”라고 했다.

기술은 예술의 잠재력을 구체화하고 예술의 지평 확장을 위한 도구로 기능한다는 지점에서 예술가들을 끌어들이고, 예술가들은 기술의 유혹에 기꺼이 응답한다. 하지만 예술적 감수성을 가진 예술가들이 “공학적인 영역인 기술들을 어떻게 습득하느냐”와 “어느 단계까지 활용할 수 있느냐?”하는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라운드 테이블에 참여자들은 “독학으로 기술을 습득한다”고 했다. 3D 프린팅이나 디지털적인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습득하기 위한 강좌들을 찾기 어렵고, 다행히 적당한 교육프로그램을 발견해도 너무 전문적이어서 예술가들에게 문턱이 높다고 했다. 특히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해당 분야 전문가와의 협업이 필수인데, 이럴 경우 전문가를 찾는 것도 어렵고, 전문가 섭외가 원활하다 해도 고비용의 문제가 발생한다.

3D 프린팅과 VR 기술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김시흔은 “필요로하는 기술을 습득해 창작물로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기술 지식에의 진입 장벽이 높다”며 애로사항을 지적했다. 여기에 “대형의 작품을 제작할 경우 전문가와의 협업이 필수인데 주어진 예산에서 그들과 협업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키네틱 아트를 선보여온 김성원은 “팀 프로젝트로 인터랙티브 아트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아두이노로 어떤 효과를 주는 작업을 해야 했는데, 정보가 없어 응용하기 위한 공부가 힘들었다”며 어려웠던 경험을 공유했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은 시대적인 흐름이지만 균형감각을 잃으면 예술이 기술에 잠식될 여지는 상존한다. 기술이 주는 시각적인 현란함에 예술성이나 예술가의 사유가 묻힐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계속해서 신기술이 빠른 속도로 쏟아진다는 것도 한계로 작용한다. 불과 1년 전의 기술의 과거 시점이 될 수 있고, 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예술품은 고루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예술적 동반자로서의 기술의 위치는 굳건해 보인다. 라운드 테이블 참여 예술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하는 것도 “예술과 기술 융합의 가속화”였다.

“인류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기술을 탐구하는 한 관력 기술을 매체로 사용하거나, 관련 기술 자체 혹은 그 기술에 대한 다층위적 의미를 사회, 미학적 관점에서 다루는 현대의 예술가들은 계속될 것이다.” (김시흔)

“기술과 예술의 접목은 관객과의 소통, 공유를 더 원활하게 해 준다. 온라인 시장이 점점 더 발전하고 있고, 인터랙티브 아트도 더 많아지는 것 같아서 더 폭넓게 관객들에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 (김성원)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지만, 기술을 접목하는 것은 여전히 예술가들의 몫이다. 참여자들은 “이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공공의 자원으로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예술가와 기술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3D 프린터 같은 고가의 장비들을 지원하는 등의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바람을 남겼다.

박지수는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교육 프로그램의 경우 지속성이 없어 일부 강사들은 개인적인 소개하는 것으로 끝날 때가 있다”며 “비용이 들더라도 최소한 3개월 과정 정도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실질적으로 필요한 기술이론과 실무까지 습득할 수 있다”고 했다.

드로잉과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김채연의 경우 음악적인 요소도 작업의 일부로 기능하는데, 작곡자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번 라운드 테이블에서 작곡가 박지수와 토론하는 과정에서 그의 음악을 듣고 만족감을 표했다. 향후 협업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그만큼 예술가들이 타 장르나 전문기술자와의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는 것. 김채연은 장비문제도 예술가들의 부담을 가중한다며 공적자금의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기술을 배우기 위해 예술가들이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는 것은 모험이 될 수 있다. 기술 습득 이전에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장비 등의 환경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김채연)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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