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다짐 & 일일일선
새해 다짐 & 일일일선
  • 여인호
  • 승인 2024.01.1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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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셀프주유소는 처음 이용하는 데 좀 가르쳐 주실 수 있겠습니까?”1톤 트럭에서 내린 60대 남자가 영호에게 부탁을 합니다. 김천구미역에 가는 길에 고향인 김천시 아포읍 대신리에 소재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신용카드를 빼라는 기계음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주유소 직원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몇 분 정도 시간을 할애해도 기차 시간은 넉넉할 것 같았습니다. 화면에 나오는 차례대로 경유 5만원어치를 선택하고 신용카드를 넣고 주유건을 연료통입구에 넣었습니다. 그러는 중에 영호의 주유기에서는 연신 신용카드를 빼라는 기계음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2024년 1월 2일 화요일 오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아내와 함께 기차를 탔습니다. 기차는 서행하는가 싶더니 이내 속력을 냅니다. 금방 김천 시내를 관통하고 모교인 김천고등학교를 저 뒤로 보내고 쏜살같이 달립니다. 아내와 함께 기차를 타는 것은 대부분 병원을 오가는 길입니다. 아내는 2017년 2월 15일에 수술을 했습니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서 건강하게 치료가 되었습니다. 수술을 하고 5년 동안은 1년에 두 번씩검사와 결과 확인을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1년에 네 번씩 서울을 오르내렸습니다. 그 뒤로는 1년에 한 번씩 으로 줄었습니다. 교통이 워낙 발달해서 하루 만에 서울을 오갈 수 있어서 좋습니다. 아포중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수학여행을 가면서 오전 10시에 아포역에서 비둘기호 완행 열차를 타고 12시간 만인 밤 10시에 서울역에 내렸던 것에 비하면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김천구미역에서 기차를 탄 지 1시간 30분이 못 되어서 서울의 수서역에 도착했습니다. 조금 걸어나와서 병원의 셔틀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길게 선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버스에 오릅니다. 셔틀버스 기사는 아주 친절합니다. 큰 목소리로 “… 출발합니다~~”와같이 마지막 한 글자를 아주 길게 빼는 습관이 있나 봅니다. 병원에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반은 환자고 반은 환자를 따라온 사람입니다. 예약, 진료, 수납 등의 과정을 보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는 확신을 갖게 합니다. 검사 과정을 마치고 3시가 지나서 지하 1층의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달게 먹고 넓은 복도 겸 통로의 가장자리에 길게 늘어선 나무의자에 앉아서 쉬었습니다.

갑자기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야, 이렇게 쏟으면 어쩌란 말이야”라는 여자 아이의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남자 아이가 음료수를 쏟아서 휠체어를 탄 여자 아이의 옷과 무릎을 덮은 담요가 젖고 바닥에도 물기가 흥건했습니다. 말을 한은 것으로 봐서 여자 아이는 누나인 것 같고 남자 아이는 동생인 것 같았습니다. 그 와중에 동생이 들고 있던 유리 음료수병을 바닥에 떨어뜨려 깨고 말았습니다. 동생은 어쩔 줄 몰라 하고 누나는 계속 짜증을 냈습니다. 빵이나 음료수를 마시거나 쉬고 있던 사람들은 그저 멀거니 보기만 했습니다. 영호는 메고 간 가방을 뒤졌습니다. 양치도구, 우산, 필통, 책, 마스크, 빗, 수건, 그 중에 화장지도 있었습니다. 재빨리 아이들 곁으로 가서 여자 아이의 옷과 담요의 물기를 닦고 바닥의 물기도 훔쳤습니다.

2024년은 월요일로 시작하는 윤년이자 갑진년 푸른 용의 해입니다. 새해 일출은 카톡이나 페이스북에서 실시간으로 보내주는 사진으로 대신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2시간 동안 <560 구미연합 배드민턴> 회원 70여 명에게 새해 인사 겸 당부의 말씀을 드리는 전화를 했습니다. 직접 통화를 하니 좋아했습니다. 통화가 되지 않는 8명에게는 문자를 남겼습니다. 이 모임은 2009년 결성이 되었는데, 50세 이상의 배드민턴 모임으로 매주 토요일 밤에 운동을 합니다. 처음에는 통영과 거창의 560 모임과 교류전도 했습니다. 그 뒤에는 김천과 상주의 560 모임과 교류전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취소된 교류전은 올해부터 복원을 할 계획입니다. 회원은 각자 소속 클럽이 있고 인성이 좋은 사람만 가입을 할 수 있습니다. 영호는 올해 이 모임의 회장입니다. 지난해에 회장을 하기로 했었는데 학교 일과 병행하는 것이 힘들어서 미룬 것입니다. 지난해 12월에 송년회 겸 회장 이취임식에서 새해에는 모든 회원들에게 전화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입니다.

해가 바뀔 때마다 사람들 간에 송구연신, 근하신년의 등의 인사와 덕담이 오갑니다. 또한 개인마다 새해 다짐을 하기도 합니다.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건강한 생활을 하겠다는 다짐, 돈을 많이 벌겠다는 다짐, 공부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 등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다짐을 하셨습니까? 영호는 ‘건강하게 일일일선’을 다짐했습니다. 착한 일은 거창한 것도 아니고 멀리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주 가까운 우리 마음에 있는 것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건강하게 일일일선하는 것이 바로 화양연화, 오늘도 참 좋은 날입니다.



김영호 <(전) 대구교대대구부설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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