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체제 정당화의 심리학
[신간] 체제 정당화의 심리학
  • 석지윤
  • 승인 2024.01.3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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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 정당화의 심리학
존 T. 조스트 지음/에코리브르/552쪽/3만5천 원

‘여우와 신 포도’ 우화에서 여우는 닿을 수 없는 포도를 보며, ‘저 포도는 실 거야’라고 가치를 절하한다. 그러나 만약 먹을 것이 레몬밖에 없다면, 여우는 레몬이라도 있어 다행이라며 달게 받을 것이다. 가질 수 없는 것은 가치 없게, 피할 수 없는 것은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다. 끊임없이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비참한 현실을 되새기는 괴로움을 계속 감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체제 정당화 이론의 핵심이다. 그래서 미국의 가난한 노동자들은 경제 체제의 모순을 지적하는 대신 기존 정부를 비난하며 트럼프를 지지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여성 가사 노동자들은 인종 관계가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대신 부유한 백인 고용주와 상생할 수 있어 행운이라 여기며, 기후 위기 회의론자들은 기후 변화를 걱정하는 대신 그 증거를 부정하는 것이다.

인간의 체제 정당화 경향을 여러 심리학 실험과 통계 분석을 통해 과학적으로 검증한 책은 사람들이 자기와 자기 집단의 이익을 옹호하는 경향을 설명하던 사회심리학 이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체제 보전을 옹호하는 경향도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심리학 이론의 지평을 한층 넓혔다고 할 수 있다.

체제 정당화가 비주류 집단의 정신 건강을 해치는 것을 막고, 궁극적으로 더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인류가 느리지만 분명 진보하고 있으며, 따라서 불의를 감지하고 정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복합적·다면적 사회 부정의를 이해할 때도 빨리 결론을 내고 싶은 인간의 욕구(인지 종결 욕구)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고정 관념에 대한 인식(무의식 고취)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저자는 “이 주제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철학·사회 이론에서부터 정치·조직 행동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접근 가능하지만 깊이 있는 연구 개관을 소개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체제 정당화와 관련한 사회심리학 이론을 심도 있게 탐구하려는 독자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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