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불공정
[데스크칼럼] 불공정
  • 승인 2024.02.1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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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현 부국장
우국충정의 명문 출사표를 후주 유선에게 올리고 국가의 운명을 가르는 1차 북벌에 나선 제갈량이 자식처럼 아꼈던 장수가 마속이다. 너무 믿었서였을까 마속이 유능하지만 실전 경험이 없음을 알고도 전쟁의 명운이 걸린 가정(街亭)의 보급로를 지키는 임무를 맡긴다. 아니나 다를까 마속은 자신의 능력만 믿고 산 아래에서 길목만 막으라는 제갈량의 지시를 무시하고 산 위에 진을 쳤고 위나라 군대에 포위당해 힘도 써보지 못한 채 참패했다. 보급로를 뺏긴 제갈량은 별수없이 군대를 이끌고 퇴각해야 했고 여러 장수들의 만류에도 국가 대업을 망친 마속을 눈물을 흘리며 참했다. 우리가 알고있는 ‘읍참마속’이다. 유비와 관우, 장비는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됐고 조운도 고령으로 예전같지 않아 믿을만한 장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도 제갈량은 한 명의 인재를 과감하게 버렸다.

여러 정치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분명한 것은 군법을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적용해 불공정을 경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불공정과 특혜는 다르지 않다. 불공정의 사전적 의미는 공평하지 않아 올바르지 않다고 돼 있다. 이것이 바로 특혜다.

황제 유선을 대신해 강력한 법치로 공정하고 엄격하게 모든 정사를 맡던 일국의 승상이 만약 마속을 살려두는 특혜를 줬다면 제갈량의 입지가 어떠했을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고려시대에는 유독 민란이 많았다. 무신정권 시절 무인들이 권력 투쟁에만 몰두해 정치적 혼란이 극심해지고 중앙·지방 할것없이 탐관오리들이 득세해 민생은 돌보지 않고 제 이익 챙기기에만 열을 올렸다. 나라로부터 버림받은 백성들이 가난과 차별에 울부짖고 도탄에 빠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공주 명학소에서 일어난 망이·망소이 난을 시작으로 무신정권기에 지방 각처에서 일어난 민란은 이런 상황에서 일어난 민초들의 울부짖음이다. 우리도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과 신분차별을 없애자는 너무도 당연한 목소리가 당시에는 반역이던 세상이었다. 불공정이다.

현재도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에 불공정이 너무나 많지만 대표적으로 꼽자면 국회의원의 특혜다. 세비가 많은 것은 둘째로 쳐도 국민의 공복이라는 사람들이 주인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국가가 월급을 주는 보좌관을 9명이나 두고 KTX와 비행기도 공짜로 탄다. 의원회관내 헬스장, 사우나, 이발소, 병원도 무료다. 야근비, 차량 유지비, 휴가비도 꼬박꼬박 나온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불체포특권 뒤에 숨고 면책특권을 믿고 검증되지 않거나 그냥 지르고보자는 식의 말막을 내뱉는 것이 다반사다. ‘아니면 말고’ 식이다. 본인들은 나라 일을 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 하겠지만 엄연한 특혜다. 굳이 다른 나라의 예를 들 필요도 못 느낄 정도로 워낙 많다보니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국민은 이를 불공정이라고 부르고 분노해야 한다. 지금까지 봐왔지만 이같은 특혜를 누리는 국회의원은 별로 수고하지 않는다. 정작 고생하고 수고하는 것은 보좌진들이다. 차려주는 밥상에 온갖 특혜까지 오죽하면 그 맛에 국회의원한다는 말까지 나온다니 현실이 너무 슬프다. 하루하루 고되게 살아가는 국민들은 이를 모를까.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한다면 이제부터라도 바꿔야 한다. 선거철만 되면 공복이라며 표를 구걸하고는 당선 후에는 주인 노릇을 하는 행태를 고쳐야 한다. 국민들이 나서지 않는데도 법으로 보장된 자신들의 특혜를 버릴 수 있다는 기대는 사치다.

만시지탄이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연간 1억5천700만원인 국회의원 세비를 중위소득 수준으로 낮추자고 제안하고 재야운동가 장기표 선생 주도로 국회의원 특권을 없애자는 특권폐지당이 등장한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공정사회를 만드는 것은 국민들의 힘이다.

위정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백성(국민)들의 불만은 가난이 아니라 불공정과 불평등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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