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날개 먹거리와 일자리] 이슬람에서 하루의 시작은 해돋이가 아닌 해넘이
[미래의 날개 먹거리와 일자리] 이슬람에서 하루의 시작은 해돋이가 아닌 해넘이
  • 김종현
  • 승인 2024.02.21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이슬람, 별·초승달 신앙 각별
사람들은 해가 진 후 활동 시작
하늘에선 초승달·금성이 축복
초승달은 ‘진리의 시작’ 뜻 품어
국기·화폐에도 샛별 새겨넣어
달은 태양보다 더 중요한 요소
다시-이슬람눈화초승달별
이슬람 문화에 빠질 수 없는 초승달과 별.

◇전설은 결코 진실을 파괴할 수 없다

고(故) 이병주(1921~1992) 소설가는 1965년 이후 ‘지리산(智異山)’, ‘산하’, ‘그해 5월’, ‘관부연락선(關釜連絡船) ’등을 썼다. 자유당 때 노름꾼에서 화려하게 변신한 정치인 이종문을 이승만 대통령은 “국회의원 200명은 못 믿어도 이종문만은 믿는다.”고 했다. 이승만 대통령의 확신을 받았던 그가 4·19와 5·16이라는 정변으로 유치장 신세를 지는 장편소설이 ‘산하(山河)’다.

마지막 구절에서 “누렇게 나락이 익어 있는 들 사이로 은빛으로 반짝이며 강이 흐르고 있었고, 멀리 갈수록 추상적인 담청색으로 되면서 산과 산은 파도를 이루고 있었다. 아아, 이 산하! 이 땅에 생을 받은 사람이면 좋거나 나쁘거나 잘 났거나 못났거나 모두 이 산하로 화(化)하는 것이다.”라고 끝을 맺었다. 그러나 오늘날 인구회자(人口膾炙) 되는 말은 머리말 혹은 제사(題詞, prologue)에서 나오는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중국어로 褪於日光則爲歷史, 染於月色則爲神話).”라는 구절이다.

이 말이 중국고사에 나왔다느니, 트로이유적을 발굴했던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Heinrich Schliemann, 1822~1890)이 한 말이니 하지만 굳이 많은 시간을 들여서 밝힐 필요성조차 없다. 아서 클라크(Arthur Charles Clarke, 1917~2008)가 1948년에 쓴 단편소설 ‘어둠의 장벽(The Wall of Darkness)’에서 “전설은 결코 진실을 파괴할 수 없고, 다만 그것을 전설 속에 숨길 뿐이다(Legends can never destroy the truth, they can only hide it in that).”라고 했다. 이병주 소설가가 기록을 남겼다는 사실만은 진실이기 때문이다. 전설, 야사 혹은 신화는 역사의 뒷면에 감춰진 이면(裏面)이다. 푸른(겉)배춧잎이 역사라면, 신화는 하얀 속살이다. 즉 역사가 숨긴 또 하나의 진실이다.

유사한 구절을 찾아봤으나, 2016년 7월 13일 일본 미나카미(若山牧水) 단가대회(短歌大會)에서 나온 하이쿠(俳句) “은은한 달빛이여 돌아오는 그대의 앞길을 밝게 비춰주리라”라는 정도는 나오지만, “달빛에 물든 신화(myth colored by moonlight, 月明かりに染まった神話)” 수준이 못 되었다.

그리스 신화에도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Artemis)’는 천둥, 번개, 하늘, 왕권의 신 제우스의 딸이고, 아폴론과 쌍둥이 남매다. 그녀는 사냥과 순정의 여신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달을 다스리는 3명의 여신이 있는데, 아르테미스는 초승달을, 셀레네(Selene)는 보름달, 헤카테(Hecate)는 그믐달을 관장한다. 이와 같은 혈통은 로마신화에서 계승되어 아르테미스를 대신한 다이애나(Diana)이고, 셀레네를 대신한 태양의 신 헬리오스(Helios)와 남매사이인 루나(Luna)가 있다. 아르테미스는 포세이돈의 아들 오리온(Orion)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오리온과 사랑에 빠진 동생을 탐탁지 않게 여긴 아폴론이 오리온을 화살로 쏴 죽이게 한다. 바닷가로 떠내려온 연인의 시체를 뒤늦게 본 아르테미스는 큰 슬픔에 빠져 오리온을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었다.

이런 애틋한 사랑 이야기는 2017년 12월 11일 미국에서 발족한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gram)으로 환생했다. 바로 달의 신화를 발가벗겨보자는 달탐사연구프로그램에서 그리스 신화의 아르테미스가 오리온을 그리워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미국 나사 발사체 유인우주선 캡슐 이름을 ‘오리온’이라고 붙였다.

◇이슬람 문화에 별과 초승달이!

이슬람 문화에서는 별과 초승달에 대한 신앙(faith)이 각별하다. 사막의 동물(사람)들은 낮에는 태양열로 인해 움직이기 어렵다. 해가 지고 난 뒤에 비로소 활동한다. 그래서 그들은 하루의 시작은 해돋이가 아닌 해넘이가 된다(They start their day with sunset, not sunrise). 해넘이가 시작되자, 하늘에선 초승달 혹은 저녁별 금성이 인간을 축복한다. 그래서 오망성(五芒星) 혹은 오각성(五角星) 금성(金星, Venus)을 ‘신성한 상징(sacred symbol)’으로 믿었다. 따라서 초승달은 ‘진리의 시작(The Beginning of Truth)’ 혹은 ‘부활(Resurrection)’이란 뜻을 품고 있다. 이슬람교의 성경 ‘코란(Qur‘an)’에서는 예언자 무하마드(Prophet Muhammad)에게 천사 가브리엘(Angel Gabriel)이 다가와서 “당신의 모습대로 인간을 창조하신 그분은 자신도 몰랐던 인간을 가르쳤다. 펜이란 매체로 가르치시는 가장 자비로운 그대에게 창조주의 이름으로 전합니다.”라는 메시지로 믿음을 신으로부터 받았다.

1299년부터 대략 600년 동안 오스만제국(Ottoman Empire) 때 초승달과 샛별(crescent moon and morning star)이 이슬람의 상징이 되었다. 이슬람 국가의 국기와 화폐에도 초승달과 샛별이 그려지고 새겨졌다. 이슬람권 국가의 적십자사인 적신월사(Red Crescent Society)의 상징 마크도 붉은 초승달(red crescent)이다. 오늘날 라마단(Ramadan)도 초승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아홉 번째 달 가운데 초승달의 출현과 달의 운행을 고려해서 라마단이 결정된다. 사실, 이슬람력 책력(달력)이 그레고리력(Gregorian calendar)보다 짧기 때문에 라마단은 매년 10~12일이나 일찍 시작되어 33년 주기적 모든 계절에 배당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슬람 문화에서 달은 태양보다 더 중요한 생활요소가 되었다.

오늘날 튀르키예(Turkiye) 국기에는 초승달과 샛별(crescent moon and morning star)이 그려져 있다. 이는 BC 4세기 마케도니아 군대(Macedonian army)가 비잔티움(Byzantium, today Istanbul)의 성벽을 뚫고 침입하려 했을 때 초승달 빛으로 침입을 발견하고 나라를 구했다는데 연유했다. 이를 다시 1932년 5월 29일에 현대적 디자인 감각으로 표준화했다. 상징의 기원은 오스만Ⅰ세(Osman I)의 전설적 꿈 이야기에 유래되었다. 즉 자신의 딸과 결혼하고자 찾고 있던 셰이크 에데발리(Sheikh Edebali, 1206~1326)의 가슴에 달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것은 가득 차오르면서 그이 가슴으로 내려갔고, 허리에서 한 나무가 나서 자라더니 그 푸른 가지의 그늘은 온 세상을 덮었더라.”라는 스토리 텔링이다. 그 꿈이 동기(motive)가 되었고, 오브제(object)로 오스만제국의 국기가 탄생했다.
 

 
글·그림= 이대영<코리아미래연구소장>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