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작가, 책 ‘그 가슴에 피는 꽃’ 출간
김영식 작가, 책 ‘그 가슴에 피는 꽃’ 출간
  • 황인옥
  • 승인 2024.03.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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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정화하며 얻은 영감, 글·그림으로”
일상적 소재를 순수성으로 치환
세모·네모 공식으로 마음畵 그려
부족함 없는 세상에 욕망 끝 없어
일상에서 행복 찾고 평안 얻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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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수록된 김영식 작.
 
 
김영식 작가
김영식 작가
인간의 궁극적인 추구는 ‘행복’이다. 부와 명예에 대한 욕망의 뿌리를 파고들면 행복에 대한 열망이 자리한다. 행복의 사전적인 정의는 기쁨과 만족을 느끼는 상태지만, 그것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다. 그렇기에 행복을 일반화된 행복지수로 계량화할 수 없다. 사람마다 행복의 내용과 수준이 달라서다. 행복이 그림자처럼 자신을 따라 다니지만, 우매한 인간은 그것이 행복임을 인식하지 못한다. 막연하게 아름다운 세상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동경 아래 행복을 찾아 평생 헤맨다.

김영식 작가가 평생 추구한 것은 ‘행복’이다. 그는 행복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왔다. 그에게 행복은 불순물을 걷어낸 순도 100%의 순수한 세상이며, 그것은 곧 아름다운 세상을 의미한다. 인간으로써, 그리고 예술가로써 그가 열망하는 아름다운 세상은 ‘행복으로 충만’한 세상이다. 그가 출간한 책 ‘그 가슴에 피는 꽃’에는 그가 삶의 순간순간 느꼈던 행복감을 정제된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책에는 100여점의 그림과 함께 짧지만 영혼을 적시는 아름다운 글들이 수록됐다.

그는 책에서 꽃으로 가득 찬 화병과 함께 ‘아름다움은 늘 곁에 두고도 멀어라’고 하고, 물방울 같은 원으로 가득 찬 공간에 의자 하나를 던져놓고 ‘100년 후 나는 무엇인가’라고 묻기도 하고, 산속에 우뚝 선 나무 세그루 옆에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늘 인간은 흔들린다’며 한탄하며 끊임없이 자신과 행복에 대해 성찰한다.

책 속에 펼쳐진 그의 그림은 편안하고 사랑스럽다. 현대미술은 어렵다는 편견이 그의 그림에선 비껴간다. 유아기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형상과 분위기를 품고 있다. 일상에서 만나는 화병이나 찻잔, 집, 의자 등의 기물과 꽃, 나무 등의 자연을 극도로 절제된 선들의 연결로 표현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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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수록된 김영식 작.

소재가 만만하다는 것과 그림이 편안하다는 것이 같은 맥락일 순 없다. 일상적인 소재지만 한없이 어렵게 풀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만만한 소재를 어린아이 같은 순수성으로 치환하며 편안함에 사랑스러움을 더한다. 이를 통해 소통력을 한껏 끌어 올린다. 비결은 세모와 네모 기법이다. 세모나 네모의 형상을 출발선에 놓고 몇 가닥의 선을 확장해가는 방식으로 완성한다. 간결하지만 높은 구성력을 요구받는 간단치 않은 방식이다.

편안하고 간결하지만 화면 속 아우라는 그저 편안함으로만 점철된 것은 아니다. 이는 그의 그림이 갖는 독특성이다. 비결은 그가 시각적인 차원이 아닌 마음의 차원에서 그림을 바라본 결과다. 그는 마음 깊숙한 곳의 울림을 시각화한다. 이는 그의 그림을 ‘마음화(畵)’로 분류하는 배경이다. 그는 내려놓고 비워놓아 정화된 마음으로 순수성을 획득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제 그림이 마음화인 이유는 저를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세모와 네모 공식으로 구체화되는 그의 마음화는 그가 김천대 산업디자인과 교수로 재직하던 시기 특허 출원한 그의 미술 교육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는 김천대에서 23년간 재직하고 2017년에 퇴직했다. 그에게 세모와 네모 교육법은 제자들의 마음을 다스리고 창작력을 최대화하는 기제가 됐다. 제자들에게 세모나 네모 속에 점이나 선의 개수를 정해주고 그 조건에서 “원하는 대로 면을 분할하고 색을 칠해 보라”는 최소한의 요구사항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내재된 창의력을 극대화하려 했다.

“저는 세모와 네모 공식을 제자뿐만 아니라 저의 영혼을 가꾸는 텃밭으로 생각합니다.”

인간에겐 이미 창조적인 경험이 내재돼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것은 창조주와의 관계 속에서 설명된다. 그는 공기와 물, 토양 등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창조주의 따뜻한 배려를 경험하고 호흡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 과정에서 창조주의 창조적인 힘이 자연스럽게 인간에게 스며들고, 그것을 자양분으로 인간 또한 맑고 따뜻한 영혼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세모와 네모 교육법을 통해 마음의 균형을 이루고 따뜻한 영혼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변한다.

미술 작가가 글을 쓰고 책까지 출간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그는 마음의 정화하는 과정에서 찰나적으로 깨닫는 지혜들을 간결한 문체로 기록하고 그림을 그린다. 글과 그림이 항상 함께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글은 그의 작업이 사유의 결과임을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

그는 “작곡자가 음을 짚듯이 저도 색과 형상을 그리고 글을 쓴다”고 했다. “순간의 영감, 즉 사유의 결과 순간적으로 발산하는 내용들은 자연스럽게 글과 그림으로 표현되는 것 같습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마음의 정화가 필요한 시대라고 언급했다. “부족함이 없는 세상인데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 늘 불편함을 호소”하는 현실에서 탈출구를 ‘마음’에서 찾는다. 욕망을 내려놓고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마음의 평안을 얻는 것이다. 책 ‘그 가슴에 피는 꽃’에는 행복을 향힌 그의 여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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