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흔들리는 보수텃밭, TK 총선 민심
[윤덕우 칼럼] 흔들리는 보수텃밭, TK 총선 민심
  • 승인 2024.03.1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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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국민의힘이 ‘5·18 폄훼 발언 논란’에 휩싸인 도태우(55) 변호사의 대구 중·남 지역구 후보 공천을 전격 취소하자 지역민심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지역민들 사이에 “지역 민심을 거스르는 결정”이라며 “대구를 너무 우습게 본다”는 심상찮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아니나다를까 도태우 변호사가 16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무소속 출마의 변은 단호하다. 도 변호사는 “경선 과정에서 저를 믿고 선택해주신 중구·남구 주민 여러분의 소중한 뜻을 받들어 대한민국 선진화를 향한 깃발을 사수하겠다”고 무소속 출마의 변을 밝혔다.

도 변호사는 3자 경선과 양자 결선에서 이 지역 현역 임병헌 의원을 모두 누르고 공천을 받았었다. 도 변호사는 지난 2019년 한 유튜브 채널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굉장히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고, 특히 북한 개입 여부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천 취소위기에 몰렸으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사 공관위)가 지난 12일 재심의를 통해 공천 유지를 결정했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5·18 폄훼 논란에 대해 ‘후보의 진정성 있는 2차례의 반성’을 이유로 들며 공천 유지를 결정했다. 그러나 공관위는 불과 이틀 뒤인 14일 심야 “도 후보의 경우 5·18 폄훼 논란으로 두 차례 사과문을 올린 후에도 부적절한 발언이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며 도태우 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를 의결했다. 당사자도 여론조사에 응했던 지역민들도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과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도 도 후보 공천 철회를 가차없이 비판했다. 5·18유공자 명단 공개는 법으로 통제되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도 적지 않은 국민들은 명단 공개가 왜 법으로 통제되는지 등에 대해 궁금해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국민의 눈높이에는 아랑곳없이 부적격자라도 그들의 입맛에 맞으면 공천을 감행했다. 여당에서 공격을 해도 “개는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는 식이다. 총선을 앞두고 ‘막말 태풍’이 불고 있지만 여야의 대응 방식은 크게 다르다. 20대 때 서울시민의 교양 수준을 비하한 글을 올린 장예찬(부산 수영) 후보의 공천도 취소됐다. 야당 겁박에 국민 눈높이를 맞춘다며 전투력 있는 인물들의 공천을 줄줄이 취소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천안함 관련 음모론, 탈북민 비하 발언처럼 안보와 대북 관련 막말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일단 야당에서 프레임을 걸면 헤어나지 못하는 무기력을 또한번 보여줬다.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대구시민들의 실망과 반발은 15일에도 이어졌다. 말이 국민추천제고 전략공천이지 ‘보수텃밭’대구를 마음대로 주무르겠다는 심산이다. 이날 국민의힘 공관위는 대구 동·군위 갑, 북구갑 등 전국 5곳의 국민추천제 후보자를 추천했다.

대구 동·군위 갑엔 최은석 전 CJ제일제당 대표이사가, 북갑엔 88년생의 우재준 변호사가 추천됐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도덕성, 사회 기여도, 지역 적합도 등 객관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을 아는 지역민들은 거의 없다. 아무도 모르는 깜깜이 국민추천제이다. 국민추천 후보가 발표되자 언론사에는 최은석이 누구냐, 우재준을 아는지 물어보는 지역민들이 많다. 필자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주변에 아는 분들이 거의 없었다. 개인적인 역량은 아직 알 수 없고 이름만 볼 때 소위 ‘듣보잡’이다. 당사자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최은석 후보는 동·군위 갑지역과 어떤 연고가 있는지 현재로선 알 수가 없다. 최 후보는 네이버 프로필에 CJ제일제당에서 오래 근무한 사실만 나타난다. 수소문 결과 대구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그는 구미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구 북구갑 후보로 이름을 올린 우재준 법무법인 이유 변호사. 정영환 위원장은 “우 후보는 대구광역시 감사위원 등을 역임했고,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다”며 고 한다. 수소문 결과 그는 복현초와 덕원중·대륜고를 나와 서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선거가 코앞인데도 이같은 사실을 아는 유권자들은 드물다. 대구시 감사위원을 역임했다고 했으나 대구시 고위관계자 조차 우재준 변호사가 누군지를 잘 모른다. 이쯤되면 동·군위 갑, 북갑에서 출마를 위해 분주하게 뛰었던 예비후보들이나 주민들이 분통을 터트리기에 충분하다. 당연히 해당 지역 당원들과 주민들은 “지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국민의힘 공관위는 17일 대구 중·남구에 김기웅 전 통일부 차관을 전략공천했다. 그 역시 지역 유권자들에게는 아주 생소한 인물이다. 개인적으로 이곳과 무슨 인연이 있는 지는 아직 모른다. 서울특별시 출생인 그는 대구 성광고와 서울대 대학원 외교학과 석사출신으로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차관을 역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국민의힘 국민추천제나 전략공천은 대구시민을 우습게 아는 전형적인 내려 꼽기 공천에 불과하다. TK지역은 누구라도 후보로 내세우면 당선된다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믿음이 있는 듯하다. 지역민심은 아랑곳않고 대구를 떡주무르듯 하는 국민의힘이다. 오만하기 그지 없다. 이번 22대 총선은 단 몇곳에서라도 자존심을 짓밟힌 대구시민들의 회초리가 매섭다는 것을 보여줄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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