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과 진급
입학과 진급
  • 여인호
  • 승인 2024.03.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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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3월의 어느 날에 영호는 둘째, 셋째 누나와 함께 대신초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하기 위해 난생 처음 학교로 향했다. 우리나라의 지도와 비슷하게 생긴 마을에서 개마고원 정도에 집이 있어서 마을 입구의 신작로까지만 해도 400미터 이상을 걸어서 내려와야 했다. 당시 교장 선생님은 오랫동안 대신초등학교에 재직하고 그 뒤에 교문에서 들어가면 왼쪽에 공덕비까지 건립된 안무용 선생님이다. 3월초의 찬바람을 맞으면서 운동장에서 한참이나 진행된 입학식에서 들은 말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대신에 가장 좋은 겨울옷을 입었지만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어서 흐르는 콧물을 왼쪽 가슴에 달았던 손수건으로 연신 훔친 기억만 새롭다.

2024년 3월 4일은 월요일이자 대한민국의 모든 초등학교에서 입학과 진급이 이루어진 날이다. 입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부터 수백 명의 입학생이 있는 학교까지 천차만별이다. 그 어느 입학식이나 특별하지 않는 게 없다. 또한 모든 아이들이 한 학년씩 진급을 한 날이기도 하다. 입학생과 진급생이 새로운 학년도를 시작하는 첫날이다. “시작이 반이다.”라고 했다. 입학과 진급한 모든 아이들은 응원한다. 그 아이들을 지극정성으로 키워온 부모님들을 응원한다. 그 아이들과 함께 한 학년 동안 사랑으로 함께 할 선생님들을 응원한다.

영호가 56년 전에 입학을 했던 대신초등학교에는 한 명의 입학생도 진급생도 없다. 대신초등학교는 2015년에 폐교가 되면서 아이들은 아포초등학교와 김천 혁신도시의 율곡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영호가 입학할 때 우리 마을에서만 21명이 1학년을 함께 시작했다. 한 명은 학년 초에 담임선생님이 무섭다면서 학교를 가지 않고 1년 뒤에 학교를 다시 들어오는 바람에 졸업은 20명이 했다. 그 마을에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은 아무도 없다. 보도에는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은 40만 명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더 충격적인 것은 2023년 출생아수는 24만 명에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영호가 태어난 해의 출생아수는 100만 명이 넘었었다.

영호는 40여 년 동안 수많은 입학생들 및 진급생들과 함께 생활했었다. 이제 영호에게 더 이상의 입학생과 진급생은 없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의 “나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다.”는 말을 떠올리면서 위안을 삼는다. 영호에게는 100여 그루의 포도나무와 50여 그루의 복숭아나무가 있다. 학교에서 아이들에 쏟았던 사랑을 포도나무와 복숭아나무에게 지극정성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고 나무를 심는 것은 십년의 계획이라고 한다. 2024년 3월 9일에는 포도나무는 2학년이 되고, 3월 13일에는 복숭아나무도 2학년이 된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도 한다. 세상의 모든 일에 진정 필요한 것은 사랑과 지극정성이다.

2023년 8월 31일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수업을 하는 학교’라는 비전을 가진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에서 정년퇴임을 했다. 그때 받은 선물 중에서 모든 아이들이 손편지로 쓴 것을 하나로 묶은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책을 받았다. 영호가 교장으로 있을 때 1학년에 입학하고 이제는 2학년에 진급한 승현이의 편지에 힘을 얻는다. “교장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저 1학년 2반 승현이에요. 우리들이 교문에 들어올 때마다 교문에서 기다리고, 비가 올 때도 교문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시고 사랑합니다로 매일 인사해 주시고, 저희와 재미있게 수업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교장 선생님이 교대부초를 떠나니까 너무너무 속상해요. 그리고 학교를 떠나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김영호 <전 대구교대대구부설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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